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집회에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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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법무장관에 다른 플로리다 충성파를 선택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 법무장관으로 팸 본디(59)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새로 지명하자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내놓은 평가다. 앞서 법무장관에 지명됐던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지명 8일 만에 사퇴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게이츠의 사퇴 소식을 전한 지 채 6시간도 지나기 전에 본디 지명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적었다. “너무 오랫동안 당파적인 법무부는 나와 다른 공화당원을 상대로 무기를 휘둘렀다. 더 이상은 아니다. 팸은 법무부 본연의 목적에 다시 집중할 것이다. 그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전사다.”
본디의 이력은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출신에 강경 보수 성향의 충성파, 개인 변호인, 폭스뉴스 인연 등 트럼프 2기 내각 인선 키워드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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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인연은 11년 전부터 알려져
본디는 플로리다주 템파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검사로 활동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주 법무장관 선거에 당선되면서 2011~2019년 플로리다주 첫 여성 법무장관으로 일했다. ‘오바마케어’ 위헌 소송을 주도하고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법적 싸움을 벌였다.
트럼프와의 인연은 본디가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이던 2013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해 트럼프 재단은 본디를 지지하는 정치단체에 2만5000달러(약 3500만원)를 기부했다. 기부는 본디가 ‘트럼프대학 사기 사건’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며칠 후 이뤄졌고, 추후 플로리다주 검찰이 트럼프를 기소하지 않아 ‘소송 거래 의혹’이 일었다.
본디는 이후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후엔 정권 인수팀에서 일했다. 2018년에는 트럼프가 선호하는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공동 진행자 및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 5월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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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수지 와일스·보리스 엡스타인과 친밀?
2019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마친 후엔 트럼프의 30년 지기로 불리는 브라이언 발라드의 로비회사 ‘발라드 파트너스’에 합류했다.트럼프가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수지 와일스도 이 회사 출신이다. 본디는 와일스와 트럼프의 법률고문인 보리스 엡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한때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수석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의 보좌관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
본디는 특히 트럼프 1기 때인 2019~2020년 진행된 1차 탄핵 심판 때 사실상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이 탄핵 심판은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잠재적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하며 이를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연계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됐다. 본디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변호하면서 바이든 부자가 우크라이나 부패에 연루된 게 사실이라는 주장을 폈다.
올해 대선 전엔 친트럼프 성향 싱크탱크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소송센터 의장을 맡았다. 트럼프가 대선에 패배했을 경우 대규모 부정선거 소송을 준비하는 역할이었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AFPI는 ‘기다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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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정책 옹호, 트럼프 연방 소송 끝내나
폴리티코는 “본디가 상원 인준을 받는다면 트럼프의 가장 논란이 많은 정책, 특히 이민 문제를 옹호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고 트럼프 취임 전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마무리하지 않는 한 트럼프에 대한 두 가지 연방 소송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본디는 아마존, 제너럴모터스, 우버 뿐 아니라 카타르 정부와 다양한 금융 회사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미국 정부 앞에서 주요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외국 정부를 대표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은 “본디는 법무부의 독립성과 진실성을 희생하며 트럼프 충성파이자 공격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팸 본디(Pam Bondi)
본디는 부친인 조셉 본디가 시장을 역임한 도시인 템플 테라스에서 자랐다. 플로리다대와 스테츤 로스쿨을 졸업하고 1991년 변호사 자격을 땄다. 자신은 검사가 되고 싶지 않았으나 2013년 사망한 미 해군 퇴역 군인 출신인 부친이 검사실에서 인턴십을 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검사가 된 후엔 살인, 가정 폭력, 마약 사건에 집중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2002년 공화당원이 되기 전까지 16년간 민주당원이었다. 2010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 선거 당시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 권리 행사에서 전 알래스카 주지사이자 부통령 후보였던 사라 페일린을 만난 후 지지를 받았다. 본디는 두 번 결혼한 뒤 세 번째 약혼했고, 오랜 파트너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본디는 트럼프의 며느리이자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라라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다. 두 사람은 개 경주 금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함께 벌였다. 본디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가족과 헤어진 개 세인트 버나드를 입양했다가 이후 돌려달라는 이전 가족과 16개월간 양육권 싸움을 벌였다가 개를 돌려주기도 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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