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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러 'MIRV 실험' vs 美 '트럼프 재집권'…핵 군비 경쟁 재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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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RUSSIAN DEFENSE MINISTRY]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냉전 시절 미국과 구(舊)소련의 핵 군비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가 1천일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무기 MIRV 실험에 나서면서 냉전 종식 후 잠잠했던 핵 군비 경쟁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고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범위를 넓히고 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핵 교리를 수정했다.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적국의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서방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탄두 제한을 골자로 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은 1년 3개월 후인 2026년 2월 종료된다.

러시아는 CTBT 비준 철회뿐 아니라 뉴스타트 참여 중단도 선언한 상태다.

세계 2위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핵무기 군축의 족쇄를 끊는다면 세계 1위 핵보유국인 미국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은 냉전이 막을 내린 1992년 핵실험을 자체적으로 중단했다.

만약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1996년에 서명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위반이다.

CTBT는 기존 핵무기의 성능개선과 새로운 핵무기의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러시아가 CTBT 비준을 철회한 뒤 미국에서도 핵실험을 재개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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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열린 핵무기 반대 집회
[D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핵실험 재개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 7월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핵실험 재개를 주장하는 기고문을 보냈다.

미국의 핵 능력이 중국과 러시아를 계속 압도할 수 있도록 핵무기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점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핵실험을 재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미국은 핵실험 대신 슈퍼컴퓨터 등을 사용해 핵무기의 성능 등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 성능 분석에 컴퓨터를 활용하더라도 실제 핵실험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핵실험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의 주장이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 중국, 북한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들 3개국의 핵 위협을 동시에 억제하는 방향으로 핵무기 운용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대대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이 핵 군비 경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현재 500개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35년에는 러시아와 비슷한 1천500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은 최근 핵실험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이 지난 1964년 첫 핵실험을 실시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동향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CTBT에 서명했지만,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미 하원 전략태세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개의 동시다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핵 교리를 수정한 러시아와 핵실험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핵 군비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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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핵탄두 장착 미사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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