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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Cooking&Food] 홍로부터 시나노 골드까지 품종별 사과의 색다른 맛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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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위크’에서 선보인 미쉐린 스타 셰프들의 사과 활용 요리



아삭한 시나노 골드 활용한 가지 요리

과즙 풍부한 시나노 스위트 담은 설기

감홍·양광 사용한 사과파이도 선보여

중앙일보

가으내 거둬들인 먹거리로 식탁 위가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바다에선 건져 올린 대하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하고 과수원에선 나무에 달린 탐스러운 과일 수확이 한창이다. 다양한 제철 먹거리 중 가을이 가기 전에 먹어야 하는 게 있는데, 바로 사과다. 저장 기술의 발달로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과일이지만 가을엔 그 맛도 향도 확실히 다르다.

큼직한 크기를 자랑하는 홍로, 저장성이 뛰어나 오래 두고 먹기 좋은 부사, 새빨간 색만큼 맛도 개성이 있는 홍옥, 황금 사과로 불리는 아삭한 시나노 골드 등 품종도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사과의 매력을 알 수 있는 미식 행사가 열렸다. 다양한 사과 품종을 소개하고, 미쉐린 스타 셰프의 손을 거쳐 근사한 요리로 재탄생한 사과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가지를 통으로 말려서 튀기고 껍질을 벗겨냈어요. 바삭하게 튀긴 흑미와 얇게 썬 시나노골드 허브 샐러드를 이 가지로 덮었습니다. 시나노골드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산뜻함이 다른 재료들과 어울리죠. 위엔 말린 캐비어를 갈아서 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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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낮,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에 자리한 다이닝 바 ‘빈호(VINHO)’. 셰프 출신 소믈리에인 김진호 빈호 대표가 이날 준비된 코스 중 하나인 ‘가지’를 소개했다. 요리 이름처럼 잘 구운 가지를 그대로 접시에 올려 담은 것 같은 비주얼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조심스레 칼로 반을 가르면 노란색 시나노 골드와 허브 샐러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입에 넣으면 숯불에 구운 가지의 풍미와 시나노 골드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상큼함이 입안에 퍼진다. 보는 재미와 맛을 두루 만족하게 해줬다. 본래 저녁 영업만 하는 빈호지만, 이날은 컬리와 함께 하는 다이닝 위크를 위해 점심에도 문을 열었다. 다이닝 위크는 컬리가 VVIP&VIP 고객을 위해 마련한 행사로, 7곳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섭외해 점심 코스를 50% 할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1월 12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하는데 빈호뿐 아니라 정식당, 제로컴플렉스, 레스토랑 알렌, 라망시크레, 온지음, 윤서울 등이 참여했다.

다이닝 위크에 참여한 셰프도, 그곳에서 선보이는 메뉴도 저마다 개성이 강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가 있다. 바로 사과. 홍로부터 양광, 감홍, 부사, 홍옥, 황옥, 시나노 스위트, 시나노 골드까지 품종에 따라 색과 식감, 맛이 다른 사과 중 1~3종을 고르고, 이를 활용해 메뉴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라망시크레의 손종원 셰프는 사과파이에 감홍과 양광 2가지 품종을 사용했는데, 사과파이 안쪽에 들어가는 잼에는 단맛이 깊고 향이 진한 감홍을, 표면에 두른 사과 슬라이스는 아삭한 식감이 뛰어난 양광을 선택했다. 온지음의 조은희·박성배 셰프는 멥쌀가루와 말린 사과로 설기를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과즙이 풍부한 시나노 스위트를 활용했다. 담백한 떡 사이에 시나노 스위트의 은은한 달콤함이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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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호는 가지 외에도 사과를 활용한 디저트 ‘사과파이’를 내놨다. 가지에 시나노 골드를 썼다면, 파이엔 과즙이 풍부하고 단맛이 강한 감홍을 사용했다. 감홍을 로즈메리와 설탕으로 캐러멜 라이징하고 여기에 아몬드 크림을 더해 타르트를 만들었다. 감홍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아몬드 크림의 부드러움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타르트 지는 바삭하게 구워냈다. 똑같은 사과라도 품종에 따라, 또 활용법에 따라 각자의 개성이 다르다는 것을 요리로 맛보니 더 잘 이해가 됐다.

한편, 빈호는 호주 멜버른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라늄’과 한국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경력을 쌓은 김 대표와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를 나와 오사카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라심’과 ‘플로릴레쥬’에서 경력을 쌓은 뒤 김 대표와 밍글스에서 함께 일한 전성빈 셰프가 의기투합해 2022년 문을 열었다. 가오픈 때부터 미식가들 사이에 추천 맛집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더니, 이듬해인 2023년 오픈 1년 만에 미쉐린 1스타에 선정되며 실력을 입증했다. 와인과의 페어링으로 유명한 빈호는 시간이 갈수록 색이 짙어지며, 이제는 ‘코리안 컨템포러리’라는 정체성이 뚜렷해졌다. 김 대표는 “빈호에서는 한국의 재료와 음식을 분해하고 이를 재조합해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낸다”며 “앞으로도 어린 시절의 경험에 배운 것을 녹여 한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빈호의 요리들은 북어, 고춧잎, 매실, 갓, 당귀순, 흑마늘 등 한식 식재료를 활용했지만 쓰임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식과는 달랐다. 예를 들어 코스의 시작인 굴은 굴과 샴페인을 익힌 후 갈아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이를 굴 껍데기에 담아낸다. 한식당은 물론 다른 다이닝에서도 보기 힘든 메뉴다. 유럽에서 입맛을 돋을 때 생굴에 레몬을 뿌려 먹는 것을 재미있게 풀어본 것이라고. 방어와 사워도우를 버터레터스로 감싸 가츠오부시로 만든 크림을 함께 내고, 전복과 소 갈빗살을 유바로 감싸 튀기고 그 위에 알배추를 얹어낸 메뉴까지, 익숙하게 알던 굴과 전복 같은 메뉴들이 전혀 다른 식감과 맛으로 재미를 더했다. 특히 제철인 생선 덕자는 북어 소스에 청양고추로 만든 매콤한 소스와 함께 내고 여기에 매실 장아찌를 더해 자칫 생선 특유의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도록 도와줬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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