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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세계와우리] 트럼프 2기 맞아 냉철한 협상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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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선주의·관세 강화 등 예고

美에 불리한 것 재협상 가능성

사안별 완결성 있는 전략 수립

어려울 경우 레버리지 마련을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세계가 들썩인다. 트럼프는 미국을 구하기 위해 되돌아온 영웅처럼 더욱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말끔하게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했다. 세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면모에도 놀랐지만, 트럼프를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선출한 미국 국민의 선택에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미국 사회에 대한 트럼프의 진단과 처방은 성공적이었다. 인플레이션, 불법이민, 성정체성과 같은 사회 가치의 혼란 속에서 트럼프의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이제 한국은 트럼프의 공약과 정책 방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일보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먼저 트럼프의 관세 공약을 살펴보자.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 무역 상대국과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여기에 중국에는 특별히 6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의 관세 공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며 실제 적용 시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구조적인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가 소비에 의존하며, 이 소비의 상당 부분은 수입으로 충당된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관세 정책은 주요 무역 대상국들의 보복관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 캠프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인플레이션이었다.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호조세를 보였지만 지표보다는 생활에서 체감하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는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하는 거친 관세 정책이 의도한 결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트럼프 1기 멕시코 국경에 쌓겠다고 공언했던 이민장벽처럼 관세장벽도 대폭 축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노선도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특징으로 하며 동맹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가 동맹과 협력을 경시한다고 치부하는 것은 오류이다. 대표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외교전략으로 알려진 인도·태평양 전략은 원래 트럼프 1기에 시작된 것이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 국방부가 발표한 미국의 첫 번째 인도·태평양 전략 문서는 지역의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양자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허브앤스포크’ 외교를 넘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안보와 번영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격자형 외교’ 개념의 기초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외교 노선은 트럼프 2기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우려보다는 냉철하게 공약별 이행 가능성을 점검하고, 이에 따라 사안별로 치밀한 협상전략을 준비할 때다. 트럼프의 공약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협상을 위한 첫 번째 카드로 이해하고 여기서부터 협상을 진행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국은 당장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재협상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으며, 개별 사안별로 완결성 있는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매 건을 승부처로 볼 수 있고, 나중에 사안별 딜 간의 거래조건을 무시하고 미국에 불리한 것은 재협상하려 들 수도 있기 때문에 패키지 딜보다는 사안별로 완결성 있는 협상전략 마련에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트럼프가 여러 차례 재가동을 예고한 북한과의 정상외교 시동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 또한 북핵 용인 시 국제 비확산 체제와 이란 등 비핵화 대상국과의 협상력 훼손 등 다양한 고려 요인과 함께 한국이 협상 참여국이 될 수 있는 지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방위산업과 조선업 등 한국이 레버리지로 이용할 수 있는 분야는 산관학 공동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단일 사안에서 완결성 있는 협상안을 모색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레버리지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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