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서 ‘이첩 보류’ 공방
군사법원, 내년 1월9일 선고
생일날 법원 나서는 박 대령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자신의 생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
군 검찰이 21일 항명 등 혐의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 대령 측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결과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명확히 지시하지 않았다며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군 검찰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군 검사는 “군의 지휘체계와 군 기강에 큰 악영향을 끼쳐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경찰로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했는지 여부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채 상병 순직사건 결과를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7월31일 오전 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김 사령관과 박 대령은 이후 수차례 회의를 했고, 박 대령은 8월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군 검찰은 7월31일과 8월1일 사이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를 3차례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대령은 “(이첩 보류를) 김 사령관으로부터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박 대령은 대신 그 기간 “(김 사령관과) 당시 국방부의 지시는 수사서류를 축소·왜곡하라는 불법적인 지시였기 때문에 그 지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했다. 8월2일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로 이첩을 “멈춰라”라고 했을 때도 명령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박 대령 측은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령은 최후변론에서 “(이 전 장관이) 대통령의 격노 전화를 받고 이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 대통령실이 전방위로 개입했기 때문에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너(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선고는 내년 1월9일 이뤄진다. 이 전 장관·김 사령관·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어떻게 항명이고 상관에 대한 명예훼손이냐”고 비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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