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무례’ 발언 “사과”한 용산, 적대적 언론관은 못 주워담았다

정무수석, 대통령 사과 진정성 논란 재부각에 고개 숙여

여론과 괴리된 대통령실 인식 표출로 민심 수습 더 요원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사진)이 기자를 향해 “무례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21일 공식 사과했다. 홍 수석 발언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국민 여론과 유리된 대통령실의 인식이 드러나면서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대통령실 행보도 타격을 입게 됐다.

홍 수석은 이날 입장문에서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정무수석으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언론관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의 발언 이틀 만에 사과한 것이다.

앞서 홍 수석은 지난 19일 운영위에 출석해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추가 설명을 요청한 기자를 겨냥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며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언론계 전반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다.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홍 수석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기자단도 이날 내놓은 입장문에서 “홍 수석의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홍 수석이 사과했음에도 향후 유사 상황의 재발 방지, 대통령실의 건강한 언론관 함양 촉구 차원에서 입장문을 낸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언론노조도 이날 “무례한 건 언론과 국민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홍 수석 발언을 계기로 대통령실의 언론관 문제가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적대적 언론관을 노출해 수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윤 대통령 ‘바이든 날리면’ 관련 보도와 출근길 문답 질문 태도 등을 문제 삼아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한·미) 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고 출근길 문답도 중단했다. 이후에도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이 잡아서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2023년 8월 여당 연찬회)고 하는 등 적대적 언론관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회견의 ‘사과’ 진정성 문제도 재차 떠오르게 됐다. 윤 대통령이 자신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직접 소명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가 ‘예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진정성도 퇴색하게 됐다.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이 민심과 여전히 괴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른 말을 얹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변모하겠다는 대통령실 전략도 타격을 입었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대통령의 뚝심 있는 면이 보기에 따라 독선적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데 (홍 수석 발언은) 대통령 이미지에 좋지 않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새슬·조해람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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