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출신’ 고양 소노 정성조
프로농구 사상 첫 ‘일반인 출신’ 드래프트 선수인 정성조는 “먼저 데뷔한 친구들보다 한 발 밑에 있는데, 노력해서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조가 3×3 농구 동호회 팀 코스모에서 뛰던 시절 수비를 뚫고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정성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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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참가자 정성조.”
지난 15일 KBL 신인드래프트가 열렸다. 지명을 포기하는 구단이 하나둘씩 나오는 3라운드, 1순위 권리가 있던 안양 정관장이 선수를 지명하지 않았다. 2순위 고양 소노의 김승기 감독은 타임을 신청하고 지명 여부를 논의하다가 단상으로 걸어 나왔다.
김 감독이 정성조(24)를 호명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드래프트를 지켜보던 정성조의 동생은 눈물을 터트렸다.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 재학 중인 정성조는 엘리트 선수 경력이 전혀 없는 ‘동호인’ 출신이다. 홍대부중 농구부에서 3개월간 엘리트 교육을 받다가 그만둔 뒤 쭉 동호회에서 농구를 하며 공부해 대학을 갔다. 비선수 출신이 지명된 것은 KBL 드래프트 역사상 처음이다.
191㎝·85㎏…3X3 ‘재야의 고수’
“공익근무요원 복무 때 데뷔 결심
3R 드래프트 지명 순간 얼떨떨”
정성조는 21일 전화 인터뷰에서 “드래프트에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너무 멍해서 그게 제 이름인 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단상에 올라가기까지의 기억이 없다”고 극적인 지명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원래 지명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트라이아웃에서 잘 못 보여준 것 같아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명 이후 정성조에게 전화를 걸어 “열심히 가르칠 테니 잘 성장해 보자”라고 격려했다.
정성조는 “언젠가 한 번쯤 프로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며 “얼마 전까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었는데 그때 제대 후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프로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정성조는 공익근무요원 복무 중에도 퇴근 후 꾸준히 동호회 농구를 하며 농구 감각을 유지했다.
정성조는 어릴 때 박민채(24·서울 삼성), 박인웅(24·원주 DB), 송동훈(24·부산 KCC) 등과 함께 농구를 했다.
같은 팀의 박종하, 민기남도 알고 지낸 사이다. 친구들이 일찌감치 프로에 데뷔해 선수 생활을 할 때 정성조는 대학을 다니며 동호회 농구를 병행했다. 정성조는 “유소년 때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프로 생활을 하는 걸 보면서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며 “먼저 데뷔한 친구들보다 제가 아직 한발 밑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력해서 언젠가 따라잡고 싶다”고 말했다.
191㎝, 85㎏의 정성조는 동호회, 3X3 농구의 최강자로 이름을 알려 온 ‘재야의 고수’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동호회 농구와는 다르다. 훨씬 정교하고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것은 물론 완전히 다른 팀플레이에도 적응해야 한다. 정성조는 “원래는 제가 공을 많이 가지고 농구를 했었는데 여기 와서는 오프더볼이나 수비적인 부분에서 더 노력하려고 한다”며 “제 역할이 이전과 차이 나기도 하고 아직 미숙해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프로 데뷔라는 1차 관문을 뚫은 정성조는 이제 내부 경쟁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정성조는 “소노 형들이 ‘5X5 농구에서의 움직임은 네가 해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틀려도 괜찮은데 일단 해봐야 뭘 틀렸는지 알고 고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자신 있게 운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성조는 “제가 어려운 한계를 넘어서서 프로 데뷔를 했는데 다음에도 동호회 출신 프로선수가 나오면 좋겠다”며 “그래야 선순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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