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앞두고 긴장
3년마다 수수료 기준 ‘적격비용’ 산정
기존 모두 인하… 수익 비중 20%대로 ‘뚝’
전문가 “포인트 할인 등 부가 혜택 축소
수익 올리려 대출 수익에만 집중 초래”
“재정건전성 악화 야기할 수도” 지적도
10월까지 카드론 42조 ‘역대 최대’ 차지
당국 “실적 개선됐는데…” 인하에 무게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는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신용카드학회(KOCAS)가 주최한 ‘KOCAS 콘퍼런스 2024’에서 “적격비용 제도가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맞물려 카드사의 신판 부문 축소와 위험자산 비중 확대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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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비용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주요 국가 대비 높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2012년부터 3년마다 산정하는데, 카드사의 영업원가 성격이다. 이를 토대로 가맹점 수수료가 매겨진다.
금융위는 2021년까지 4차례 적격비용 산정에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 왔다. 그 결과 2012년 연매출 2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5%였는데, 2018년 우대가맹점 적용 범위가 연매출 30억원 이하로 확대된 데 이어 2021년에는 수수료율도 0.5∼1.5%로 하락했다.
2012년 전체 가맹점의 68%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았지만, 현재는 96%에 달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에 따라 가맹망 위주 사업을 펼치는 BC카드를 뺀 7개 주요 카드사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에서 지난해 23.20%로 하락했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는 포인트 할인 및 무이자 할부의 중단, 단종 등 카드 부가혜택 축소와 관련이 높다”며 “카드업계 자산에서 일시불·할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위험자산인 카드론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은 근래 들어 수수료 확대보다 대출에 집중하는 영업행태를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주요 카드사의 지난달 말 현재 카드론 잔액은 42조220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9월과 비교해도 5333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을 조이면서 수요가 카드사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빅테크사가 간편 결제에 진출하면서 카드사 수익이 감소했고, 기존 카드 수수료율은 이미 0%에 가깝다”며 “가맹점 수수료에서 카드론 수익으로 비중이 옮겨지는 것은 (카드사의) 부실채권을 유발해 재무건전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이 자리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산정할 때마다 선거 등을 이유로 정치적 압력이 반복돼 가격의 왜곡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올해도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8개 카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느는 등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에 가맹점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진 점도 카드업계로선 부담이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8월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고비용 거래구조 개선을 통해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낮춰 가맹점 등 이해관계자의 비용 부담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자지급결제(PG)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적격비용 인하에 따른 카드사 손실이 PG사로 전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협회는 “PG사들은 산업구조상 수수료 협상력이 낮다는 이유로 (카드사로부터) 수년째 인상을 통보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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