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긴급진단]
“내년 잠재 성장률 밑돌 확률 높아져”
“정치가 경제 어렵게 해 데드덕 상황”
“기재부 컨트롤타워 부재 ‘F2’ 강화를”
“공포 과도한 측면···객관적 시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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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이 한국에 대해 내년에 1%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대한민국호(號)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은 ‘트럼프 공포’가 지배하고 있으며 선택적 경기 부양을 통해 꺼져가는 경제 동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 시장은 약간 패닉이 지배하고 있다”며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려고 할 것이며 자동차 쪽에 상당한 압력이 올 것”이라며 “자국 내 생산을 높이려고 할 텐데, 철강도 트럼프 1기 때 쉽지 않았던 부문”이라고 우려했다.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최근 KDI와 투자은행(IB)들이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는데 수출 이외에 내수가 워낙 부진하고 건설 부문 투자도 미약하다”며 “재정 건전성 기조는 유지하되 선택적 재정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정 계층에 타깃화된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내년 성장률은 2%로 예상하지만 트럼프가 워낙 예측 불가한 인물이어서 하방 위험이 크다”면서 “트럼프가 관세를 대폭 올리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까지 폐기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1% 후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도 “최근 수출이 둔화하는 모습이 확연히 관찰되는데 수출이 꺾이면 내수가 회복할 동력도 사라진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내년 1%대 성장 전망도 몇 달 전에 비해 확연히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대 20%에 달하는 보편관세 실현 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한국 입장에서는 통화와 재정정책 모두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 교수는 “현재 경제정책만 놓고 보면 레임덕이 아니라 거의 데드덕 상태”라며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하는 F2 형태로 줄여서 콤팩트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상 경제일수록 한은과 기재부가 공조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을 때는 재정정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내수 회복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새 정부 시작 때 아프더라도 어떤 원칙을 갖고 구조조정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지금의 결과”라며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같은 정책이 그대로 시행되고 있으며 경제팀의 자주성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의 책임론도 거론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정책을 펴느냐가 리스크”라며 “대내적으로는 정치가 이렇게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1400원대 안팎을 오르내리는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권 원장은 “최근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국에 편입되면서 미국 역시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환율 수준은 트럼프 당선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낮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는 심리이고 지금 상황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 원장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우리 수출에는 좋지 않지만 중국 견제로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는 부분도 있다”며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데 좀 더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심리 안정이 필요하며 환율정책 등에 대해 쏠림 현상은 막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별다른 이유 없이 하면 안 되겠지만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줘야 변동성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요인이 많아져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졌다”며 “미국이 안 내리는데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그렇지 않아도 높은 환율을 자극하게 되고 그렇다고 안 내리면 내수 위축이 심각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짚었다.
세종=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세종=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세종=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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