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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스탠퍼드 컴공 정원, 서울대 10배 … 인기학과 정원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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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스탠퍼드대 공대는 최근 20년 동안 컴퓨터공학과(Computer Science) 학생 정원을 100여 명에서 800명으로 8배가량 늘렸다. 전 세계가 치열한 인공지능(AI)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학생들은 최고의 톱티어 인재로 인정받는다.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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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생의 한 해 입학 정원은 80명이다. 20년째 정원이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지난해 25명 증원됐다. 1.4배 겨우 늘린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8배가량 확대됐다. 20년 전 100여 명에서 지금은 800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인공지능(AI)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트렌드를 읽고 학교 측이 유연하게 대처한 덕분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우리나라 국가 AI의 워크포스가 될 곳이고,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는 전 세계 AI 톱클래스 인재의 산실이다. 두 곳 규모만 봐도 양국의 AI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절대적인 공대 학생 숫자를 늘리는 게 급선무"라며 "가장 먼저 수도권 대학 총정원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도권법)'을 적용받는다. 이 법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학교 같은 인구집중 유발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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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은 총정원을 늘리려면 허가를 얻어야 한다. 총정원 안에서 과별로 정원을 배분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보니 한 과의 인원을 줄여 다른 과의 숫자를 늘리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성 회장은 "대학을 수도권 규제에서 예외로 둬야 한다"며 "지금처럼 과 하나별로 정원을 바꿀 때마다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하에서는 부족한 과학기술계 인재 숫자를 채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유동적인 정원 조정이 가능해야 산업에 필요한 인력 수급도 용이해질 것이란 게 성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 대학들은 학생이 특정 과에 지원하면 지원한 만큼 그 과의 정원을 자유롭게 늘린다"며 "한국도 미국처럼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공대생은 창업'이란 말이 있듯 공대생 숫자만 늘려도 자연스레 창업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봤다. 그는 "한국은 공대생들이 창업하기 상당히 좋은 나라로 다양한 정부 지원책과 정부 투자가 많다"면서 "공대생 숫자만 늘려놓으면 새 비즈니스가 등장할 확률이 커지고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성공한 창업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회장 본인도 공대생 출신 창업가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성 회장은 2004년 위성 분야 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해 20년 만에 연간 매출이 약 3000억원에 이르는 회사로 키웠다. 인텔리안은 위성통신 안테나·솔루션 기업이다. 성 회장은 "위성 관련 공부를 했거나 연구기관에서 일한 적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공대 공부가 사업전략을 짜고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저궤도용 싱글 파라볼릭 안테나, 모빌리티용 저궤도 평판 안테나 등 세계 최초 제품들을 출시했다.

성 회장은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를 공학으로 푼다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라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새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과 비즈니스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학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 전 세계 최고 부자들은 대부분 공학 기반 창업자들"이라면서 "공대에 가야 세계 최고 부자인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이 될 기회도 생긴다. 그래서 저는 늘 '개천에서 용이 나오려면 공대에 가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실제로 미국 나스닥 시가총액 기업 톱20 중 절반이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공학 기반 기업이다. 스페이스X를 포함해 뉴럴링크와 오픈AI 창업자인 머스크도 미국 스탠퍼드대 공대 대학원에 입학한 바 있다.

성 회장은 "대기업에 가서 20~30년 일하다가 정년퇴직하는 것은 정석이 아니다.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창업을 증진시켜줄 민간투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성 회장은 "민간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강력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약 400조원의 퇴직연금도 공대생들을 위한 창업 지원책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퇴직연금은 현재 법적으로 비상장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는데, 이를 풀어 과감하게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하면 벤처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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