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재계가 긴급 성명까지 낸 것은 상법 개정안이 충분한 협의 없이 국회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기존 검토안에 없었던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 조항까지 추가해 논란을 키웠다.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이는 이사들이 지배 주주인 총수 등을 위해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경우 상법상 손해배상책임 등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현행 상법이 주주 이익을 보호하지 않아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막고 있다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 공격에 늘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보다 단기 실적과 주가에 매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주주 이익만 극대화하는 것이 증시 밸류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 경쟁력이 훼손돼 오히려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기업이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사업 재편 과정에서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사안은 핀셋 접근으로 제도 정비를 하면 된다. 한국 증시가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여야는 재계 우려를 경청하고 더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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