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돈봉투 의원들, 더 출석요구 안 해"…소환 없이 기소할듯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들의 1년 가까이 소환조사에 불응하자 검찰은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6~7차례에 걸친 소환 통보를 연이어 거부하는 ‘묻지마 불출석’ 상황에서 추가적인 출석 요구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송영길 대표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윤관석 전 의원 등을 통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1일 “출석요구를 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여 더는 출석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석을 담보할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대면조사가 어려운 만큼) 증거를 더 보완해야 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이 사건을 수사한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어 검찰로선 소환조사 문제에 추가적인 시간을 쓸 여유가 없는 상태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을 탄핵 사유로 규정하고 중앙지검의 이창수 검사장과 조상원 4차장, 최 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 검찰은 수사 대상 국회의원들의 소환 불응이 이어지자 추가적인 출석 요구 없이 최종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한 송영길 전 의원이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 등을 통해 의원 20명에게 총 6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의 출석 통보에 불응하는 대상자는 민주당의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 6명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이들 6명 의원에게 순차적으로 마지막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늦어도 11월 중순까지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최후통첩이었는데 6명 전원이 불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부결됐다. 중앙포토

검찰이 이들에게 수차례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실제 행동에 나서지 못한 건 지난해 이미 민주당 주도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해 6월 검찰은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선 이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이 중 윤관석 의원의 경우 지난달 31일 대법원에서 돈봉투 20개 살포와 관련한 정당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됐다. 이외에 송영길 전 의원의 경우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해 내년 1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도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2019년 4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문을 부수며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뉴스1

1년간 이어진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체포영장 청구마저 쉽지 않다면 결국 검찰의 남은 선택지는 피의자신문조서의 공백을 메울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한 이후의 일괄 기소 정도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몸싸움 사건’ 당시에도 사건을 수사한 남부지검은 수사 대상 의원 110여명 대부분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자 “더는 불출석하는 상황을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며 여야 의원 28명과 보좌진·당직자 8명 등 37명을 재판에 넘겼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