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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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민생고가 짙은데다 30조원대 세수 결손까지 덮친 겹악재 속에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감세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앞서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준 데 이어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 대주주 감세 효과가 큰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두고도 여야가 궤변을 늘어놓으며 감세를 시사하자, 지지율만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800만이 넘는 우리 국민이 가상자산 투자를 하고 있고 그 중 대다수가 청년”이라며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과세는 공정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앞서 20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기적 투자에 가까운 가상자산으로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논리다.
이재명 대표의 ‘의원직 상실형’(1심) 선고 이후 여론을 기민하게 주시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가상자산 과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과세를 미루지 않고 시행하는 대신, 공제 한도를 현행 소득세법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상향하자는 주장이다. 공제액을 너무 높이 올린 까닭에 사실상 시행을 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안에선 “정치는 생물이니 예산 협상 과정에서 어찌 될지 모르는 일”(당직자)이라며, 여야 협상 과정에서 유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법은 통상 연말 예산 협상에서 여야 지도부의 ‘패키지 딜’ 방식으로 처리되는 까닭이다. 이미 여야는 2020년 가상자산 세금을 도입하고도 대선을 앞둔 2021년과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연말, 두 차례에 걸쳐 시행을 미루는 데 합의했다. 금투세 역시 2020년 여야가 합의해 제도를 만들고도 두 차례 시행을 미룬 뒤 결국 폐지에 합의했다. 세금 문제에서만은 여론이 비등할 때마다 여당이 앞서고 야당이 여론에 못 이겨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짬짜미’해 온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와 재계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주장에도 견제 없이 올라타고 있다. 배당소득·이자소득을 합한 금융소득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세제를 고치자는 주장이다. 당내에선 금투세 시행에 대비해 검토한 방안이지만, 금투세도 폐지하기로 한 마당에 거론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 20일 “배당이 정상화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세수가) 더 많지 않을까”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증세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분리과세로 혜택을 보는 이들은 결국 배당을 많이 받는 대주주들로, 진짜 부자들에게 세금을 획기적으로 깎아주는 것”이라며 “배당 과세는 세수 규모도 커서 세수 결손과 자산 양극화가 심각한 시점에 가장 나쁜 대안”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이같은 행보는 악화된 재정 여력과 경제 환경을 무시한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세 부담을 꾸준히 높여왔는데, 여야 정치권의 대책없는 감세 주장으로 사회가 쌓아온 ‘중부담 중복지’라는 합의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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