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7단 |
2023년 GS칼텍스배 16강전. 16강전이면 모두 여덟 판 두면 끝나는데 이때는 한 판을 더 두었다. 박진솔과 박상진이 둔 판, 막바지에 네 군데에서 패 모양이 나타났다. 패 네 곳을 둘이 차례로 따내니 바둑이 끝날 수 없었다. 이럴 때 법은 하나뿐이다. 승패를 가릴 수 없다는 말 그대로 누구도 지지 않은 무승부로 처리한다. 누군가는 16강에 올라야 한다. 이때 법은 같은 자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한 판을 두는 것이다. 결국 박상진이 16강에 머물렀고 박진솔은 8강을 넘고 4강까지 올라갔다.
올해 박진솔은 추첨 운이 나빴다. '십중팔구' 승률을 자랑하는 신진서를 16강전에서 만났다. 이기고 싶다는 욕심을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상대 아닌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승부에서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결과는 구경꾼들 예상대로 나왔다.
박상진이 오르는 길은 어땠는가. 지난 대회에서 준우승한 최정을 넘어 지난해 못했던 8강을 이뤘다. 한 판도 이겨보지 못했던 한국 2위 박정환 대마를 잡고 4강에 이룬 순간엔 손을 떨었다. 이어 4연속 4강에 올랐던 앞 대회 챔피언 변상일마저 꺾었다. "마음을 많이 비우고 왔는데 이렇게 이길 줄 몰랐다." 예선부터 8연승을 달린 끝에 결승 무대로 날았다. (91…88, 225…188)
[김영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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