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4 (수)

"밥 없어요" "나눠 드세요"…배고픈 쪽방촌 무료급식소 [르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영등포역 근처 무료급식소, 매주 목요일 점심 300여명 몰려…"후원금 줄고 물가는 올라"

머니투데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 관계자들이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당장 후원금부터 티가 납니다."

21일 오전 지하철 영등포역 인근 고가다리 밑 천막에 쪽방촌 주민들이 몰렸다. 이곳은 광야교회 산하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지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이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후원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최은화 사막에길을내는사람들 사무국장은 "경기 불황 때 가장 먼저 끊는 게 후원금"이라며 "요즘 여기저기서 '형편이 좋아지면 다시 하겠다'며 후원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의 허기를 달래는무료 급식소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통 점심 때 사막에길을내는사람들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를 찾는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이 200여명 정도다. 매주 목요일엔 300명이 넘는 사람이 급식소를 찾는다. 인근 무료 급식소가 목요일엔 쉬기 때문이다. 이날처럼 사람이 몰리는 목요일엔 반찬과 밥 배식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급식소 관계자는 "오늘은 추가밥 없다", "좀 나눠서 드셔야 한다"고 쪽방촌 주민을 달랬다.

점심 한끼를 위해 천막 밖으로 30m 이상 늘어선 줄을 보면서 급식소 관계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급식소 관계자는 "이곳은 1989년부터 무료급식소을 제공했는데 매달 버티는 느낌"이라며 "오래 운영하면 자리를 잡을 것 같지만 오히려 유명해지면서 주변에서 사람들이 더 몰리기 때문에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 무료 급식소는 후원으로 유지한다. 3000원~1만원대 금액을 내는 개인 후원자가 대다수다. '월동잠바 나눔' '노숙인 합창단 발표회' 등 행사를 통해서도 운영비를 마련한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데는 매달 7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알코올중독 치료 사업, 노숙인 장학사업 쪽방촌 방세 지원 등 생활지원사업도 함께하는 탓에 늘 운영비가 빠듯하다.

머니투데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 관계자들이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 관계자들이 배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 관계자가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밥상물가' 부담도 커졌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 중인 김수진 영양사는 "단가가 높은 버섯과 파프리카 같은 식자재는 후원을 받아서 식단에 반영한다"며 "후원이 없을 땐 콩나물 무침이나 무생채 등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을 고려해 △닭볶음탕 △소불고기 △돼지갈비찜 △돼지고기 볶음 등을 식단에 넣으려고 주변 대형 마트와 전통시장 전단지를 매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지만 이젠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 매끼 제공했던 과일도 올해 초부터 식단에서 뺐다.

급식소가 운영난에 빠졌다는 소식에 인천·안양 등 수도권 지역에서 찾아오던 쪽방촌 주민들의 불안감도 크다. 인천에서 왔다는 송모씨(71)는 "여기에서 주는 두유로 아침을 먹고 저녁 땐 주로 라면을 먹는다"며 "재개발을 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여기를 허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 관계자들이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정세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