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겨냥 1년 여간 담합 조사 …"도돌이표" 재심사 명령, 왜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올해 3분기 가계빚(가계신용)이 1900조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 폭 증가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보다 18조원 증가해 2021년 3분기(+35조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11.19./사진=김명년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 관련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혐의에 대한 판단이 보류됐다. 이번 사건이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사례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중한 접근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론을 한 차례 미루더라도 명확한 근거를 통해 제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향후 정보교환을 쟁점으로 한 담합 사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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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교환 첫 적용, 향후 사건에도 영향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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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전원회의(법원 1심 기능)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담합 혐의에 대해 재심사 명령이 결정됐다.

이번 사건은 심의 이전부터 은행들의 LTV 관련 정보 공유가 법 위반 혐의인지를 두고 논란이 적잖았다. 공정위는 LTV 정보를 공유한 행위 자체가 담합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사무처의 심사관 측은 4대 은행이 7500개 LTV 자료를 공유한 이후 시장 경쟁을 제한해 부당 이득을 얻고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로 대출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LTV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대출 조건을 설정, 금리를 높였는지도 관심이 컸다. 이에 더해 대출 한도를 낮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신용대출을 받게 유도했다는 지적도 함께 맞물렸다.

반면 은행들은 심의 이전까지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단순 정보 교환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공정위 내부적으론 이번 사건 처리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재심사 명령을 통해 피심인 측이 제기한 새로운 주장이나 사실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단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보교환 행위의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지난 2020년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정보 교환을 담합 혐의로 상정한 건 첫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론에 따라 추후 정보교환을 쟁점으로 한 사건들의 성패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심의에선 첨예한 법리 공방도 펼쳐졌다. 4대 은행들은 대형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세종 등을 선임해 심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의 역대급 경제분석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던 이유다. 실제 은행들은 조사 과정에서 공정위에 7차례의 반박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교환 행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완성 단계가 아니란 지적도 있다. 경쟁당국은 올해 '정보교환행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한 경제분석 방법' 연구를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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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사 명령 제재여부와 무관, 삼표 그룹 과징금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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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사 명령은 공정위 심사관 측에 혐의 사실을 다시 조사하도록 하는 절차인 만큼 추후 제재 여부나 수위와는 무관하다.

올해도 재심사 명령이 진행된 건이 있다. 삼표그룹의 계열사 삼표산업이 에스피네이처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 건은 지난 2월 전원회의에 올랐지만 위원회의 '재심사 명령' 판단으로 인해 결정이 6개월간 보류됐다. 부당지원행위의 핵심적 증거인 정상가격 산정 등에 있어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공정위는 심의를 다시 열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16억2000만원을 부과하고 지원 주체인 삼표산업을 고발하기로 했다.

재심사 명령 이후 여러 절차를 고려하면 시중은행의 LTV 담합 건에 대한 결론은 내년 상반기로 늦어진다. 공정위 심사관 측이 피심인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다시 발송하고 의견을 듣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위가 은행권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인 지 1년 9개월이 지났다. 경쟁당국은 지난해 2월과 6월 시중은행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올해 1월 제재 수위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해당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공정위로부터 '금융·통신 분야 경쟁시스템 실효화 방안'을 보고받고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유발하는 과점 체제의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확실히 강구하라"고 당부한 이후 이뤄졌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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