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여러모로 그릇을 닮았다. 비워진 채로 태어나 각자의 욕망과 꿈을 채우는 게 인간 삶인데, 시간이 흐르면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비워지는 운명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비워졌다고 해서 완벽한 무(無)는 아니다. 영원 속에 간직해야 할 소중한 기억만큼은 소멸하지 않아서다.
김영옥 작가의 개인전 '오늘과 내일'이 최근 서울 종로구 호호재서울에서 개막했다. 홍익대 교수인 작가 김영옥의 퇴임전이기도 하다. 그는 각각 'Container(유물함)'로 명명된 둥근 용기 작품을 통해 '비움과 채움, 채움과 비움'을 사유한다.
대표작 '도라지꽃 유물함'(사진)은 둥근 옹이 모양 금속 항아리 위로 꽃 모양이 가득한 형태다. 망자의 소장품을 봉인하는 유물함은 비우고, 채우고, 다시 비워지지만 그 과정에서 결코 소멸하지 않는 무엇을 기억하게 한다. 작가가 사용한 소재는 대개 은(銀)이다. 그는 은의 연금술사다. 김영옥 작가는 "은에는 불순물이 거의 없으며, 항균 효과가 있어 음식 기물로 유용하다"며 은이 내재한 본질적 순수성에 주목해 왔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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