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안병훈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관해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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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 내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4대 은행의 ‘담보대출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KB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의 담보대출 거래조건 담합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심사관은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위원들은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고 담보대출 담합 의혹에 대해 심의했다. 이르면 이달 4대 은행에 대한 제재 여부나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었지만, 재심사 명령에 따라 내년에나 결론이 나오게 됐다.
2019년 재심사 명령이 났던 태광그룹 일감 몰아주기 사건도 제재 시점이 5개월 가량 연기된 바 있다. 당시에는 정상가격 산정 등 일부 쟁점에 대해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번 사건은 추가 현장조사가 진행될 수 있고 심사 대상인 은행도 4곳인 만큼 제재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사무처는 KB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이 ‘정보 교환’을 통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 활동 또는 사업 내용을 방해·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아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부당 공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본 제재가 대법원에서 계속 패소하자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이번 사건에서 교환 대상이 된 정보는 각 은행의 물건별 담보인정비율(LTV)이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부동산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LTV 산정이 달라진다.
은행들은 매년 1∼2회 물건별 LTV를 재설정하는데, 4대 은행들은 이때마다 각자의 LTV 비율과 조정 계획 등 자료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러한 정보 교환으로 인해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4대 은행들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의 LTV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물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 개인은 신용 대출 등을 더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자를 더 높게 매길 수 있어 은행 측에 유리하다고 공정위 사무처는 보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타 은행의 LTV 정보는 업무 과정에서 참고하는 정보공유일 뿐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4개 은행의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볼 경우 수백억∼1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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