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가스 기업인 아람코의 하위야 가스 플랜트에 탄소포집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아람코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85㎞ 떨어진 우스마니아 유전으로 수송 후 석유 저류층에 주입해 이산화탄소를 격리할 뿐 아니라 저류층의 압력 유지와 석유회수증진 (EOR)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람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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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크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인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탄소 포집 및 저장)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른 감축 수단보다 비용은 크게 비싸지만, 효율성은 떨어지고 누출 위험이나 지질 유발 등 위험성은 크기 때문이다.
상용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CCS 기술에 대한 시민들의 회의적 시각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환경운동연합의 전문연구기관인 시민환경연구소가 공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8%가 ‘CCS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감축하더라도, 이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하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꼴로 부정적 인식을 보인 것이다.
이번 인식조사는 시민환경연구소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진행됐다. 조사는 지난 9월 말 전국 15~5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CCS를 소개하기 위해 설문지에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지하의 심부 암석층에 저장함으로써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CCS는 1960년대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석유 채굴 목적으로 개발된 원유회수증진법(EOR)에서 유래했다. 유전에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구석구석 남아있는 석유를 회수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후 입구를 막으면 영구적으로 가둬둘 수 있다는 생각에서 발전한 것이 CCS이다.
여러 곳에서 CCS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고, 첫 실증사업인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CCS를 이용해 포집 가능한 이산화탄소는 연간 약 4500만t으로, 세계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0.1%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중 75% 이상은 EOR에 활용되고, 실제 저장된 양은 2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포집한 이산화탄소 대부분을 화석연료 생산을 위해 쓰면서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페트라 노바 CCS 프로젝트에서는 2017년 석탄화력발전소에 탄소포집장치를 설치하고 이를 가동하기 위해 별도의 가스화력발전소를 지어서 에너지를 공급했다. 이렇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모두 EOR에 활용됐다. CCS를 지지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화석연료와 관련된 기업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 중 누출 시 해양 산성화 등의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지하공간의 압력 증가로 지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 계획·개발 중인 모든 CCS 시설이 성공적으로 가동해도 2030년 시점에서 포집할 수 있는 양은 약 4억t으로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1%에 그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다른 배출 저감 수단과 비교해 가장 비싸고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가장 적다면서 CCS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인식조사에서도 불확실한 신기술에 기대를 거는 것보다 현재 우리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46.1%는 CCS 상용화 관련한 질문에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한 CCS보다는 현재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5%만 CCS를 가장 효과적인 감축 수단으로 선택했고, 46.3%는 CCS가 가장 효과적이지 않다고 봤다. 반면 화석연료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방법은 응답자의 51.6%가 가장 효과적인 감축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79.9%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할 때 감축 방안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장 많이 활성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70.4%는 에너지 수요 감축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NDC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이 파리기후협정 이행을 위해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국가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국민은 NDC 이행이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응답자의 67.6%는 ‘2030년 NDC를 달성하기 위해 큰 비용이 들더라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대희 시민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CCS와 같은 불확실한 수단보다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검증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확인됐다”면서 “내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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