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 자연계열 면접구술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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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유출 논란으로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대학별 고사의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재 대학별 고사를 규제하거나 관리하는 규정·법령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대학 자율’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 고등교육법 시행령·고시·지침에는 논술고사 등 대학별 고사를 관리·감독하는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 고등교육법 34조에는 대학의 학생 선발방법 등이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관한 관리 규정만 다룬다. 고등교육법 34조 9항은 ‘시험의 문제가 공개되기 전에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출하거나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해당 조항은 수능에만 해당한다. 이밖에 교육부 훈령·예규·고시·지침에도 대학별 고사를 관리하는 규정은 없다.
대학 정보를 공시하고 대학입학 등을 관리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도 대학별 고사를 관리·감독하는 규정은 없었다. 대교협이 발표한 ‘2025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보면 대학별 고사의 출제범위만 나와 있다. 기본사항은 ‘대학별 고사(논술고사 등)는 가급적 시행하지 않을 것’ ‘대학별 고사보다는 학교 생활기록부, 수능 등 대다수 학생이 준비하는 전형요소 중심으로 시행할 것을 권장’ ‘본고사 형태의 지필고사가 되지 않도록 할 것’ ‘논술고사는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 출제할 것’ 등만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입 전형과 관련된 사항은 대학의 자율”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절차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정부가) 보완해 나갈 수 있다”면서도 “대학이 입학 전형의 공정성 확보하기 위한 자체적인 매뉴얼이나 규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입 전형은 대학이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교육부가 ‘대학 자율’을 고무줄처럼 사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 휴학 승인 등에는 적극 개입하고, 이번 연세대 논술 사태처 같은 이슈에는 거리두기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연세대 사태가 발생한지 40일 가까이 지난 20일에야 “수시 모집 정원을 정시로 이월하는 것은 합리적인 대안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전까지 교육부는 “연세대의 몫” “연세대와 같이 논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올해 연세대를 비롯해 한성대, 단국대, 동국대 등에서도 수시모집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이번에 유출 논란이 불거진 연세대 논술고사는 논술 성적 100%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어서 수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진 전형이다.
대입 전형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것과 별개로 대입을 관리하고 감독할 정부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연세대는 지금까지 수시전형에서 지석좌정제도 운영하지 않는 등 축적된 부실이 쌓여 터진 것”이라며 “적어도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에서 준수하도록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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