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인지한 것일까. 삼성전자는 7년 만에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냈다. 무려 10조원 규모이다. 발표 후 2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3.19% 올랐다. '4만 전자'에 '줍줍'한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평단을 낮추기 위해 이른바 '물타기'한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문제는 주가가 오른 뒤다. 삼성전자가 '국민주'라고 불리는 만큼 이들이 마주할 미래는 혹독할 수도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가도, 카페에 가도 "8만 전자 되면 미련 없이 팔 것", "평단만 넘겨봐라 다시는 국장 안 한다", "소각은 3조원만 한다며?"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넘친다.
이번 '4만 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탓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HBM 기술 개발과 점유 부문에서 저지른 실기(失機)에서 비롯됐다는 걸 대다수가 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로'부터 촉발된 리더십 부재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결국 자사주 매입으로 '반짝 반등'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끌어올린 주가는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는 삼성전자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시총 1위' 조차도 힘이 빠져버린 국내 증시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판 투자자들이 국내 다른 기업을 찾는 게 아니라, 미국 증시나 가상화폐 시장으로 떠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 증시를 위해서라도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기를, '자사주 카드' 외에도 삼성전자가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가절감 대신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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