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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사상’ 광주 학동붕괴 재판 또 해 넘긴다…참사 3년 5개월, 항소심 쟁점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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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붕괴 사고의 항소심 선고가 연기됐다. 참사 3년 8개월 만에 마무리될 항소심에서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직접적인 책임 유무와 붕괴 원인 등이 쟁점이 돼왔다.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정훈)는 당초 21일 예정됐던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 관계자 7명과 법인 3곳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년 2월 6일로 연기했다.

이들은 안전관리와 감독 소홀로 2021년 6월 9일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 승객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항소심 심리만 2년여간 진행해온 사건이라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판단을 위해 선고 기일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재하도급 철거업체, 붕괴 초래



중앙일보

2021년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를 덥쳤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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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재개발 현장 시공사인 현산은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철거공사 도급을 받은 뒤 한솔기업에 하도급을 줬다. 이후 한솔기업은 불법으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했고, 철거 공사 중 건물이 공사현장 밖 도로 쪽으로 무너졌다. 건물 잔해가 이곳을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등이 죽거나 다쳤다.

참사 당시 철거업체는 높이 23여m인 5층 건물을 해체하면서 위층부터 아래로 철거토록 한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고 철거하다 사고를 냈다. 당시 과도한 살수(撒水)로 인해 2000t이 넘는 흙더미가 쏟아지면서 건물이 균형을 잃고 붕괴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심에서는 철거업체인 백솔기업 대표 조모(50)씨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하청업체인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모(31)씨와 백솔기업 감리 차모(62·여)씨가 각각 징역 2년6개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시공사인 현산 현장소장 서모(60)씨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현산 학동4구역 공무부장 노모(60)씨와 안전부장 김모(59)씨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해체계획서대로 철거를 하지 않은 점과 안전성 검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 버스 승강장 이전 등 조처를 미흡하게 한 점을 인정했다. 반면 현산 측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조항을 들어 해체 작업 시 사전 조사, 붕괴 위험시 안전진단 의무만 있다고 판단했다.



현산 “철거공사의 시공자 아닌, 도급인”



중앙일보

2022년 1월 17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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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는 ‘과다 살수가 붕괴 원인을 제공했는지’와 ‘산업안전보건법이 근로자가 아닌 제3자에 피해를 미쳤을 때도 적용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돼왔다.

현산 측은 “현산은 붕괴사고가 난 철거 시공자가 아닌 도급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각종 법령과 시공 지침상 해체 공사에 전반적인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현산이 하청업체에 붕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1심보다 무거운 형량 구형



중앙일보

2021년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를 덥쳤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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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당시 해체물에 물을 뿌리는 살수 작업 과실 유무도 쟁점 중 하나다. 검사는 “붕괴 당일 평소보다 살수량이 2~3배 많았고, 과다 살수로 성토체에 하중이 가해져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1심이 ‘흡수량 등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항소했다.

검찰 측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백솔건설 대표와 현산 현장소장에게 각각 징역 7년6개월, 감리사 차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고, 각 법인에 최고 50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하는 등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세월호보다 더 보상해줄 테니 합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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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끌어온 항소심 선고가 연기되자 유족 측은 “(현산측이) 합의 요구는커녕 이제는 사과조차 바랄 힘도 남지 않았다”며 “내년 2월에 어떤 선고가 나올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앞서 유족들은 참사 3개월 후인 2021년 9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산 측이) 유족에게 세월호 유족보다 더 보상해줄 테니 합의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참사 3주기 추모행사 등을 통해 피해자 추모공간 조성과 사고 버스 존치 등을 요구해왔다. 사고가 난 54번 시내버스는 현재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각화정수장 컨테이너에 보관돼 있다.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은 학동 12만6433㎡ 부지에 아파트 2299세대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재개발 현장은 지난 8월 철거 공사를 모두 마치고 착공을 앞두고 있다. 현산 측은 공사비 인상 등 재개발조합과 협의와 지자체 사업시행변경 인가 등을 거쳐 신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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