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력 회복 전까지는 현금 흐름 회복할 수 없어
신제품 개발 및 R&D 지출 미루고 인센티브 정리, 10% 감원
트럼프 2기 무역 전쟁 대비해야...中에 수출하는 보잉도 타격
미국 항공 기업 보잉의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지난 8월 16일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의 공장에서 항공기 조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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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달 파업 종료 이후 대규모 감원에 착수한 미국 항공 기업 보잉이 당분간 구조조정 및 생산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 8월에 취임한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현금 확보와 조직 개편이 절실하다며 연구개발(R&D) 투자는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트버그는 20일(현지시간) 회사 전체 회의에서 보잉의 기업 문화를 비판했다. WSJ가 입수한 녹음 기록에 따르면 오트버그는 “우리는 어떻게 (유럽 경쟁사) 에어버스를 이길지 생각하는 것 보다 서로 다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보잉의 문제점을 다루는 논쟁에 지쳐있으며, 나는 보잉에 온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는데도 지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잉의 현금 흐름이 주력 상품인 ‘737’을 지난해 말 목표(월 38대 생산)에 맞게 생산하기 전까지는 개선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오트버그는 회사가 수십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며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회사채 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던 보잉은 지난달 회사채 및 신주 발행으로 최대 250억달러(약 35조원)를 조달한다고 예고했다. 오트버그는 일부 연구 및 개발 지출이 연기될 수 있다면서 신제품을 개발하기에는 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신제품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트버그는 임직원들에게 더 이상 실수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외에도 성과급을 포함한 회사의 급여 외 보상 체계가 부서별로 천차만별이라며 이를 통일하겠다고 알렸다.
올해 창립 108주년을 맞은 보잉은 2012~2018년에 걸쳐 세계 항공기 시장 1위를 지켰으나 2018년 ‘737 맥스’ 추락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 항공 당국은 현재 보잉의 737 맥스의 월간 생산량을 38대 이하로 제한하고, 안전 및 품질 검사 절차를 강화했다. 보잉은 생산 제한으로 무더기 계약 취소를 겪으면서 경영난에 빠졌으며, 계속되는 품질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면서 당국의 제한량을 채우지도 못했다. 보잉은 설상가상으로 지난 9월부터 이달 4일까지 파업을 겪었고 아직까지 생산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오트버그는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 직원 가운데 10%에 달하는 1만7000명을 감원한다고 예고한 다음 지난 14일부터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보잉은 18일 미국 워싱턴주에서만 2199명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한편 보잉은 내부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환경도 신경 써야 한다. 오트버그는 이날 회의에서 자신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대화했다고 말했다. 오트버그는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와 관세 효과에 대해 논의했다며, 보잉이 미중 무역전쟁에 영향을 받는다고 예상했다. 현재 보잉은 상당수의 중국 항공사에 항공기를 공급하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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