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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재테크 Lab] 공제받으려 신용카드? 주객전도도 유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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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많은 직장인이 '세금 공제'를 이유로 신용카드를 쓴다. 각종 혜택도 혜택이지만,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공제받을 때 신용카드 지출이 유리하게 작용해서다. 잘만 하면 쏠쏠한 공제액을 받을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맘 놓고 쓰다 보면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연말정산과 신용카드에 얽힌 얘기를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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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르긴 하지만 잠깐 연말정산 이야기를 해보자. 연말정산은 자신이 벌어들인 1년 소득과 지출 금액을 비교해서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혹은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걸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국세청은 직장인의 1년 소득액에 따른 세금을 매달 월급에서 가져가는데, 이걸 '원천징수'라 부른다. 그런 다음 이 세금에서 발생하는 각종 공제를 반영해 차액을 이듬해에 돌려준다. 여기까지가 연말정산의 전체 흐름이다.

국가가 이렇듯 다소 복잡해 보이는 방법을 택하는 건 근로자의 급여에 변동성이 있어서다. 월급 외에 상여금이나 잔업수당이 나올 수 있고, 또 개개인에게 적용되는 공제 혜택도 다르다. 의료비나 교육비, 보험료 지출액, 기부금에 따라 내야 하는 세금 규모가 달라진단 얘기다. 그러니 일단 월급에서 원천징수한 다음에 연말에 이런 변수들을 한꺼번에 계산해 차액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이 어떻게든 연말정산에서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머리를 굴린다. 잘만 하면 '13월의 월급'이라 불릴 정도로 쏠쏠한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민병진(가명·40)씨, 양민희(가명·37)씨 부부도 연말정산에서 좀 더 많은 세금 공제 혜택을 받길 원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아내 양씨는 신용카드 지출을 늘리려 하고 있다. 카드 명의자 총급여의 25% 이상을 지출하면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게 신용카드의 혜택 중 하나라서다.

아내에게 신용카드는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아내 양씨가 자녀(7)를 키우기 위해 회사를 퇴직했을 때 남편 수입만으로 가계를 꾸려나가는 데 신용카드가 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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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은 잘만 활용하면 소득에 보탬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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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편 민씨는 신용카드를 쓰는 걸 질색한다. 카드빚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를 이월하는 '리볼빙'부터 높은 수수료를 주고 카드사한테 돈을 빌리는 '카드론'까지 경험하면서 민씨는 대금을 갚느라 고생한 시절을 악몽처럼 여기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민씨는 '신용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아내의 의견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 부부는 필자에게 상담을 신청해 중재받기로 했다.

지난 시간에 파악했던 부부의 가계부 상태는 이렇다. 월 소득은 600만원.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350만원을 벌고 중소기업 직장인 아내가 25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63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8만원, 금융성 상품 33만원 등 664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64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시간에 식비·생활비를 85만원에서 75만원으로 10만원 줄여 적자는 54만원이 됐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연말정산 때 내는 세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2억원가량 남은 주택담보대출금을 하루빨리 갚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내는 그 방법으로 신용카드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부는 현재 갚아야 할 게 많다. 주택담보대출금만 해도 2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몇십만원 더 공제받겠다고 지출을 늘리는 건 주객전도나 다름없다. 그보다는 지출을 줄여 대출금을 하루빨리 갚아나가는 게 부부로서도 훨씬 더 이득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아내에게 신용카드 지출은 득이 될 게 없다고 설득했다. 다행히도 아내가 필자의 의견에 동의했고, 부부는 신용카드 사용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현재 부부는 서로 다른 혜택을 가진 4개의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데, 그중 3개를 없애고 아내 명의로 된 신용카드 1장만 쓰기로 결정했다.

잔여액이 160만원 남은 신용카드 할부금도 빨리 갚기로 했다. 신용카드 할부금에도 할부 수수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빨리 갚을수록 이득이라서다. 마침 부부가 월 20만원씩 납입하고 있던 적금통장이 만기가 임박한 상태다. 부부는 250만원가량 들어있는 통장에서 160만원을 인출해 할부금을 모조리 갚았다. 80만원씩 내던 신용카드 할부금이 0원이 된 셈이다.

100만원씩 쓰는 부부의 용돈도 조금 줄이기로 했다. 남편은 애연가다. 전자담배 기기만 여럿이다. 아내는 카페를 가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부부는 담배와 카페 가는 걸 조금씩 줄이기로 했고, 이를 통해 용돈을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30만원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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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통신비(15만원)를 조금 손봤다. 부부는 이동통신사의 7만원대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집이든 회사든 와이파이를 잘 갖추고 있어 데이터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부부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게임을 즐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가성비' 좋은 알뜰폰으로 갈아타기로 했다.

부부는 3만원에 20GB이상 데이터를 제공하는 알뜰폰 상품으로 갈아탔다. 요즘에는 비슷한 가격대에 무제한 요금제를 프로모션으로 지원하는 업체들도 많으니 좀 더 발품을 팔아보면 쏠쏠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부의 통신비는 15만원에서 7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제 중간 점검을 해보자. 부부는 신용카드 할부금 80만원(80만→0원), 부부 용돈 30만원(100만→70만원), 통신비 8만원(15만→8만원) 등 118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가계부는 -54만원에서 64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부의 미래를 수월하게 설계하기 어렵다. 부부가 현재 대출금을 갚는 것만을 재무목표로 삼고 있지만, 노후 준비, 자녀 양육비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과연 부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다루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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