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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2분짜리 드라마 더 재밌네"…중국인 제대로 자극한 '숏폼' 초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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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스마트폰 사용도와 낮은 IP 문턱 기반 시장 급속 성장…해외 시장서도 영향력 키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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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 숏폼드라마 촬영 현장. 기존 드라마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원과 장비로도 촬영이 가능하다./사진=바이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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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당 러닝타임이 1~2분에 불과한 일명 '숏폼 드라마'가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퍼져간다. 중국 내에선 시장 규모가 영화를 넘어서며 콘텐츠 산업의 주류로 떠올랐다.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설정이 드라마 주요 소비계층에 정확히 소구한다. 활발한 해외 진출은 한국 등 기존 콘텐츠 강국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21일 중국 CNAA(인터넷시청각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올해 방영된 중국 내 숏폼드라마는 총 2만2600편에 달했다. 같은 기간 극장영화가 516편, TV시리즈가 876편 방영된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편수다. 물론 편당 1~2분에 불과한 데다 방영이 시작됐어도 반응이 미미하면 곧바로 제작이 중단되는 숏폼드라마를 편수만으로 기존 주류 콘텐츠들과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시장 규모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미디어 분석기관 아이아이미디어리서치는 지난해 33억9000만위안(약 7조2000억원)이었던 중국 숏폼드라마 시장 규모가 올해 30% 이상 커져 504억위안(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약 470억위안으로 예상되는 영화시장 규모를 역대 처음으로 넘어서는 것이다.

현금결제가 거의 사라지고 정부가 신용카드를 장려하지 않는 중국의 일상은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각자 계좌에 있는 현금을 알리페이 등 스마트폰 온라인 결제망을 통해 사용하는 스마트폰 경제의 완성판이 바로 중국 사회다. 온라인 신분 확인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한다. 한국 등 선진국들도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지만, 중국의 일상생활 스마트폰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에서 숏폼드라마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는 배경엔 이런 스마트폰 의존성이 있다. 중국인 전체가 숏폼드라마의 타깃이다. 실제 6월 기준 중국 내 숏폼드라마 이용자 수는 5억7600만명에 달한다. 중국 내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52.4%다. 틱톡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의 무료 숏폼 애플리케이션 홍궈쇼트플레이는 출시 2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9월 월간 사용자 수가 1억220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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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 올라온 한 중국 숏폼드라마


중국 숏폼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선정적이고 직관적인 내용 설정이다. 1~2분짜리 숏폼드라마는 초반 수십초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대로 망한다. 50세의 여주인공이 우연히 남주인공을 만나 깜짝 결혼을 하는데 남주인공은 평범한 사람으로 변장한 부자라든지, 입양한 딸이 공교롭게도 오래전 잃어버린 여주인공의 딸이라는 등의 설정은 흔하다.

게다가 남녀 간 신체접촉 등을 묘사하는 대목의 수위는 기존 중국 드라마나 영화보다 훨씬 높다. 이런 선정성이 사회문제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공산주의를 표방하지만 철저한 계급 사회인 중국에선 직접 다루기 어려운 '공정'이나 '평등'의 개념이 은근 슬쩍 투영된 콘텐츠들도 적잖다. 중국 정부가 아직 숏폼콘텐츠에 대해서는 검열 기준을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설정은 숏폼드라마의 최고 소비계층이자 구매력을 갖춘 계층에 제대로 먹혀든다. 숏폼드라마 앱 사용자 중 52.5%가 40세 이상이라는 집계가 있다. 최근 장편드라마에서 숏폼드라마로 갈아탔다는 한 시나리오 작가는 "중국 유료 숏폼드라마의 시청자층은 이미 고령층에 치우쳐 있다"며 "숏폼드라마의 인기엔 중·노년 여성의 소외된 감정적 욕구가 직접 반영된다"고 했다.

중국의 취약한 IP(지적재산권) 개념도 숏폼드라마 시장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히트작이 하나 나오면 베껴 만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 특히 릴스(인스타그램의 숏폼 서비스) 등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중국 숏폼드라마의 저작권 독점 기간은 한 달에 불과하다. 초대박 작품이 나오면 한 달 후부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리메이크작이 쏟아져나온다.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히트작은 얼마나 오래 지속시키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지난해 숏폼드라마 중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던 '무쌍'은 공개된지 8일 만에 1억위안(약 193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17회부터 회당 우리 돈 약 300원 유료결제로 전환한 후 총 94회까지 끌어갔다. 인기 작가들의 몸값은 치솟는다. 처음 회당 100위안(약 1.9만원) 정도로 시작한 몸값이 1~2분짜리 회당 10만위안(약 19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적잖다.

중국 숏폼드라마 시장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도 지위를 넓혀가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제작사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저렴한 제작 비용으로 상상도 못할 편수가 쏟아져 나오고, 이를 중국 내 스트리밍 앱들이 거의 전세계에 동시 배급하는 구조다. 한국 등 기존 콘텐츠 강국들의 긴장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계 콘텐츠 시장의 판매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중국 숏폼드라마 앱 숏맥스(ShortMax) 류진롱 대표는 "작년에 약 3000만달러 정도였던 중국 외 숏폼드라마 시장이 올해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며 "숏맥스 해외 이용자들의 평균 사용시간이 지난해 20~30분에서 올해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났고, 내년엔 100~120분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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