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전구체 이어 추가…MBK '분할매각' 원천 차단 포석
고려아연 "MBK 엑시트 전략 구상 복잡해질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고 있는 고려아연이 자사의 핵심 제련 기술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앞서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는 정부의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추가로 회사의 핵심 사업인 제련업 기술까지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아 향후 MBK 연합의 분할 매각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21일 자사 제련 기술 2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는 추가 지정 건의서를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건의한 제련 기술은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Hematite) 제조 기술'과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이다.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Hematite) 제조 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기술이다. 제련 과정에서 철을 잘 회수해야 이후 공정에서 아연,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을 효율적으로 뽑아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은 안티모니 금속 제조 과정에서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경제성과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희소금속의 일종인 안티모니는 난연제와 촉매제의 주성분인 삼산화안티몬의 원료로 쓰인다.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플라스틱, 전자기기 등에 넣어 불에 타지 않는 성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려아연은 신청서에서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필요한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특성과 중국의 안티모니 전략 자원화 정책 등을 감안할 때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안티모니 국내 생산이 국가 안보의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현재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포함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분야의 76개 분야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앞선 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판정 때와 달리 고려아연이 이번에 신청한 두 개 기술은 기존에 정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던 분야가 아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전문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추가로 고려아연이 건의한 2개 분야 기술을 새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지를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산업부가 두 분야를 새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 고려아연이 신청한 기술이 해당 분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하는 단계를 추가로 거치게 된다.
고려아연이 자사의 주력 사업인 제련 분야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것은 향후 MBK 연합의 해외 매각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되면 향후 정부가 외국 기업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앞서 고려아연이 신사업인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자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MBK가 경영권 인수에 성공한다면 해외 매각이 까다로운 이차전지 신사업 분야를 떼어내고 제련업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사업 부문을 해외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차입 등을 통해 빚으로 고려아연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투기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향후 출구 전략 구상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고민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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