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 "소송 남발, 해외 투기자본 공격 시달릴 것"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사장단은 이 자리에서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 주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상법 개정은 기업 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주요기업 사장단이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긴급성명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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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사장단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긴급 성명은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강행하는 데 대한 반발 차원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이사 충실 의무 강화 ▲독립이사(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사안이다.
◆ "규제 입법 대신 경제살리기 힘써달라"
김 부회장은 질의응답을 통해 "국내 증시 부진 문제를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확대'에 대해 "주주는 굉장히 다양하고, 그 중에는 투기 자본도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주주의 의견을 균등하게 반영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사외이사들의 경우는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제대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사들의 경영 판단이 지체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더 떨어지는 예기치 않은 부정적 결과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종기가 생기면 환부에 대해서만 치료해야 하는데 팔다리 전체에 메스를 대는 것은 잘못이다. 제도를 개선 방향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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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국회를 향해 상법 개정안 등 규제 입법 대신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에 힘써 주기를 호소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기업들이 상법 개정이라는 특정한 입법 사안을 놓고 이렇게까지 호소를 해야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인지, 그동안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안이 없었기 때문에 증시가 이렇게 트럼프 랠리조차도 비켜갈 정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왜 이 시점에서 이렇게 16대 그룹의 사장들이 모여서 호소문을 낭독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다들 돌아봐 주셨으면 한다"며 "다음주에 민주당 증시 활성화 TF에서 대한 상임위를 중심으로 해서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자리에서 충분히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kji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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