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해 표현했더라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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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여러 건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보험 유튜버 이모씨(52)의 상고심에서 이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가장 쟁점이 됐던 모욕죄와 관련 지난해 2월 나온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모욕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언어적 수단이 아닌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해 표현을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모욕죄가 성립한다"며 "최근 영상 편집·합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합성 사진 등을 이용한 모욕 범행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한 모욕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피해나 범행의 가벌성 정도는 언어적 수단을 사용한 경우와 비교해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A씨에 대한 모욕 부분에 대해, 피고인과 피해자는 각자의 유튜브 방송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하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5개월 전부터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두꺼비'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피해자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피해자를 비방 또는 조롱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유튜브 방송에서 피해자의 얼굴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것은 비언어적·시각적 수단을 사용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한 것으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가려주는 용도로 피해자의 얼굴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것이 아니라, 두꺼비 사진을 수단으로 삼아 모욕의 고의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보험과 관련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이씨는 2020년 9월 유튜브를 통해 서로 비방을 하며 분쟁 관계에 있던 피해자 A씨에 관한 영상을 게시하면서 그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해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씨는 앞서 수개월간 A씨를 두꺼비에 빗대 표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이 밖에도 A씨를 비롯한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등 범행을 반복한 혐의도 받았다.
1심 법원은 이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A씨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해 방송을 함으로써 A씨를 모욕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에서 이씨는 A씨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두꺼비 사진을 사용했을 뿐 모욕하려는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A씨의 방송 영상을 게시하면서 A씨의 얼굴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모욕적 표현이 없이 단지 두꺼비 사진으로 A씨의 얼굴을 가린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A씨를 모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1심 법원이 무죄로 본 A씨에 대한 모욕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욕에 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모욕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모욕죄 성립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앞서 대법원은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자가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발언의 횟수, 발언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발언을 한 장소와 발언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대법원은 "모욕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언어적 수단이 아닌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해 표현을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모욕죄가 성립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씨와 A씨가 모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보험 관련 방송을 하는 자로, 서로 방송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 또는 비방을 하며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점 ▲이씨가 2020년 4월경부터 지속적으로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A씨를 '두꺼비'에 빗대어 표현해 왔다는 점 ▲이씨는 A씨의 얼굴을 가려주기 위해 두꺼비 사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방송 앞부분에 A씨의 얼굴이 드러나 있는 A씨의 유튜브 방송 썸네일 사진을 표시한 점 ▲단순히 A씨의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면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등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두꺼비 사진을 A씨의 얼굴에 합성한 점 등을 근거로 이씨에게 모욕의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20년 4월경부터 지속적으로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피해자를 '두꺼비'에 빗대어 표현해 왔다"며 "이와 관련해 피고인이 사용한 구체적인 표현을 살펴보면, '두꺼비처럼 생긴 XX 있어요, 아주 상태 안 좋은 XX야', '두꺼비는 개쓰레기입니다', '두꺼비 XX처럼 굴에 처박혀 있지 말고 이 두꺼비야 아주 그냥 롤러에 밀어서 그냥 두꺼비 내장을 터지게 만들어 버릴까보다' 등 피해자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피해자를 비방 또는 조롱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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