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인천 특수교사 추모제에서 동료가 고인에게 편지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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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에 시달리던 인천시 특수교사가 사망한 이후 인천시교육청이 체육대회를 계획했다가 교사들 반발에 밀려 취소했다. 교사노조는 "극단적 선택에 책임이 있는 교육청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일선 학교에 '교육감배 교직원 당구대회' 공문을 보냈다. 오는 30일 교사들이 당구를 치는 대회가 열리고 참가 신청은 선착순 마감된다는 내용이었다. '교직원 배구대회'와 '테니스대회' 개최 소식도 있었다. 테니스 대회가 예정된 12월 14일은 교원단체가 국회에서 사망추모제를 치르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분노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인천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30대 특수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천 초등교사는 "교육청이 사건의 심각성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며 "현장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교육 현실이 갈 데까지 갔다. 지금 이 상황에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20일 인천시교육청은 체육대회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회를 희망하는 교직원들도 있어 취소 여부에 고민이 길어졌다"면서 "체육대회가 추모 분위기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었다"고 밝혔다.
앞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A 교사를 지켜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사과했었다. A씨는 중증 장애학생 4명을 포함해 총 8명을 혼자 맡아 매주 29교시 수업을 했었다고 한다.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 장애학생 6명도 지도해야 했다.
30대 남성인 A 교사는 내년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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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생전 주변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동료 교사와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엔 "학급 배치를 왜 이렇게 하지. 나 수업 29시수야”, "진짜 죽어버릴 것 같음. 우리 반 (학생) 문제행동 심해서 컨설팅 있다길래 신청했는데 나보고 관찰해서 체크하라는데 이게 맞아?" 등 격무에 시달린 정황이 남아 있다.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학부모가 거주하는 아파트 안까지 들어와 학생을 데리고 등교해달라고 했고 학교 측도 수용해 A교사에게 시켰다. 그는 동료에게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와서 등교지도 해달라 하시는데 학교에서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하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었다.
장애학생 안전을 위해 팔을 잡아주다가 허리가 꺾이거나 학생의 발에 얼굴을 맞아 치료 받은 기록도 나왔다. A교사는 수차례 기간제 교사 배치를 요청했지만,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정원이 자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현행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1개 정원은 4명이고, 이를 초과하면 2개 이상 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중증 장애가 있는 경우, 학생 수가 정원보다 적어도 학급 운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고인의 어머니는 지난 8일 추모제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도움이 되지 못해 가슴이 무너진다"며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근무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착각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다"며 "결혼 후 5년을 기다려 낳은 내 아이, 다음 생에도 꼭 내 아들로 태어나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특수교사 기간제 교사 배치 요청을 거부한 부서를 포함해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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