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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NW리포트]AI 전환 시급한데…'공학도 출신' 사내이사 없는 대기업 IT계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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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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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세현 기자]국내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할 'IT서비스' 계열사 최고 의사결정권자 가운데 '공학도'는 손에 꼽을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많은 회사가 '공학도'보다는 '재무통'을 경영진으로 선호했다.

그룹 내 IT 인프라 사업을 도맡아 '내부거래' 비중이 높던 사업구조에서는 기술 혁신보다 비용 관리가 더 중요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변화의 흐름이 빠른 'AI 시대' 주역으로 거듭나려면 트렌드를 잘 읽을 수 있는 전공 인재를 균형적으로 발탁, 신속한 의사결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T회사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죄다 '재무통'?



20일 국내 대기업 IT 계열사 3분기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사내이사 대부분이 세무·회계·통계·경영·수학 등 재무와 관련된 학문을 전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현대오토에버는 김윤구 대표와 이세희 상무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각각 사회학과와 경영학과를 나와 공학계열 사내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롯데이노베이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경영전략본부장은 회계학 석사 학위를 수여했으며 박종표 DT사업본부장은 수학과를, 박성오 재무부문장은 세무학 전공자다.

신세계I&C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자리에서 물러난 형태준 신세계I&C 전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한훈민 신세계I&C 상무는 정치외교학을 졸업했다. 서용린 신세계I&C 담당도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밖에 현신균 LG CNS 대표는 통계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사내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중요 결정에 참여하고 이를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회사의 전략과 정책을 결정해, 기술 기업일수록 사내이사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반면, 삼성SDS와 포스코DX는 사내이사로 공학도를 중용했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는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구형준 삼성SDS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은 정보시스템을 전공했다. 안정태 삼성SDS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경영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정덕균 포스코DX 사장은 정보통신 석사 학위를 수여했다. 허종열 포스코DX 경영기획실장은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 외 윤풍영 SKC&C 사장도 기계공학을 졸업한 공학도이며, 유인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역시 기계항공공학 전공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기술 혁신보다 철저한 '비용통제'가 더 중요했던 결과라고 분석한다.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들은 그간 '그룹 전산실'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그룹사 IT 인프라를 개발·관리하는 역할에 치중하는 탓에 사외 매출이 크지 않았던 탓이다. 이에 많은 회사가 투자보다는 철저한 비용 관리에 집중해 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투자, 자금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경영, 재무 관련 전공 출신자들을 뽑는 경우도 있다"면서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자금난 등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관련 전공자들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최근의 AI 시대에서는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전공 인재를 사내이사에 앉혀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대다수의 IT 기업은 AI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더 나아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AI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체질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황 교수는 "IT 기업이라면 사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도 동원돼야 한다"면서 "이사회에 공학도 출신 인물들을 한두 명이라도 배치하면, 사업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이 아무리 무관하다 해도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좋다"면서 "공학 전공자가 있으면 업무의 이해도가 높고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고, 경영 전공자들은 리더 자리에 있으면서 인사이트를 활용해 협업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제부터라도 전공, 비전공자들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가장 좋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 "상법상 주주 책임이 들어가야 본격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지만, 일본처럼 독립 이사진을 결성하는 것도 향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내부 교육을 통해 현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공학 관련 전공자가 아닌 사내 임원들은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에 대해 계속 공부한다"면서 "AI 관련된 사내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일정 부분 수료를 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해 전문 지식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김세현 기자 x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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