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급감에 상비군 '50만 대군'도 무너져
고령자 상비 병력 운용 쉽지 않아…일부 지원 업무는 가능
군에 민간 인력 확충·직업군인 안정성 확대도 대안
시가지 전투 참가한 시니어 아미들 |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창을 뜨겁게 달군 몇장의 사진이 있다.
고령자들이 모여 전시에 예비 병력으로 국가에 봉사한다는 목표로 창단한 사단법인 '시니어 아미' 회원들이 군복과 총기를 갖춘 채 시가지 전투를 비롯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사진이었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이들의 모습에 "진정한 희생과 봉사에 감사하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등의 응원이 주를 이뤘지만 "고령이라 군인을 하기에는 의지로만은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도 일부 있었다.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대치 중인 가운데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생 현상으로 현역병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병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충원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제 정치권에서도 심심찮게 나오는 주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고령의 병사가 복무할 수 있을까?
◇ 출산율 급감에 상비군 '50만 대군'도 무너져
통계청 인구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8년 전인 2015년의 절반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내년에는 0.65명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현역 입영자도 줄고 있다.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25만6천171명이던 현역 입영자는 2년 단위로 24만9천477명, 22만7천115명, 22만4천62명, 21만5천754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8만7천188명을 기록해 10년 전과 비교해 7만명가량 줄었다.
'시니어 아미', 워게임 |
지난해 말 기준 우리 군의 상비 병력은 장교 6만8천249명, 부사관 12만1천911명, 병사 28만7천310명 등 총 47만7천470명으로 정원인 50만명을 채우지 못했다. 2035년에는 46만5천명, 2039년에는 39만3천명, 2043년에는 33만명으로 급감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50만 대군'을 자랑했던 우리나라 군이 앞으로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의미다.
50~60대를 다시 군 인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지난 9월 한 포럼에서 군 복무 경험이 있는 50~60대를 군 경계 업무에 투입하는 방안을 언급한 적이 있다.
윤승모 '시니어 아미' 대표는 "평시에 정규군으로 편성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병력 부족 사태에 대비해 유사시 최전선에 나가 싸울 각오로 회원들의 서약을 받고 1년에 최소 한 번은 훈련해 태세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장 이동하는 '시니어 아미' |
◇ 고령자 상비 병력 운용 쉽지 않아…일부 지원 업무는 가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현재 병역 제도 등을 고려할 때 50대 이상을 전투 등에 투입되는 일반적인 상비 병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래의 우리 군은 병력을 늘리기보다는 첨단 국방 기술에 기반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 중인데 디지털 전환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가 군에 투입되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취지다.
제도적 문제도 적지 않다.
고령자를 상비군으로 운용하려면 군인 신분이 주어져야 하지만 관련법을 개정하는 절차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현역병 입영 가능 나이는 만 18세 이상 28세 이하이며, 장교 및 부사관도 계급에 따라 다르지만 29∼38세로 상한이 있다.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운영해야 하다 보니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와 복무기간, 정년은 몇세로 설정해야 할지 등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관련 규정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정한다고 해도 고령자들의 체력적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에서 지휘관이 나이가 더 어려서 생길 수 있는 세대 간 갈등도 있을 수 있다.
눈 쌓인 철책 점감하는 장병들 |
만약 신분을 군무원으로 정해도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군은 지난 2021년 11월 군무원인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군무원에게 군수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제 이들을 전투 업무를 포함해 군인과 다를 바 없이 운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제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군무원의 처우와 정년 등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예산도 무시할 수 없다.
최병욱 교수는 "고령자에게 저임금으로 일을 시킬 수는 없어 걸맞은 보상해주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전투 지원 업무에는 별도의 규정을 신설해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존 군은 전투 업무에 집중하고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지방 부대 경계나 행정·취사·청소 등 분야에 해당 지역의 고령 자원 입대자를 배치해 업무 분담을 꾀하자는 것이다.
김병조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는 "(고령자 군인은) 유사시 기동성, (부대 운영의) 지속성 등을 생각하면 조심스러울 수 있다"면서 "비전투 업무는 일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군에 민간 인력 확충·직업군인 안정성 확대도 대안
그렇다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군 인력을 어떻게 내실화할 수 있을까.
먼저 우리 군의 민간 인력을 늘려 비전투 업무에 대한 군인의 부담을 줄이고 전투력을 고도화하는 방법이 제안된다.
한국국방연구원에 올해 1월 게재된 '국방정책연구' 속 '인구감소시기 강한 국방을 위한 병역제도 설계'에 따르면 우리 군의 민간 인력은 2022년 전체의 7% 수준으로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다. 미국은 56%로 민간 인력이 전체의 절반을 넘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도 각각 44%와 39%, 38%로 나타났다.
직업 군인의 길 |
또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8조가 규정하는 민간 인력의 활용 확대 대상을 '군수·행정 및 교육훈련'에서 확대하고, 군무원인사법에서 정하는 일반군무원의 기술, 연구, 예비전력 관리 또는 행정관리에 대한 업무를 손볼 수도 있다.
직업군인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입대를 유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군에서 진급 심사 대상자 중 중령으로 진급하는 비율은 매년 20% 남짓이다. 정부는 초급 간부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소령 계급 정년을 45세에서 50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군인사법을 통과시켰다. 그전까지는 중령으로 진급하지 못한 소령은 45세에 군복을 벗어야 했다. 장교·부사관의 임용 최고 연령도 각각 2년씩 늘렸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상 일반 공무원의 정년이 60세, 교육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의 정년은 62세,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인 대학교수의 정년은 65세인 것과 비교하면 직업 안정성이 여전히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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