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희 시집 '호랑말코'
'열두 개의 심장이 있다'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열두 개의 심장이 있다 = 송은숙 지음.
'식당 창가에서 장대한 노을을 보았을 때 / 저기 노을 좀 봐, 시인 친구한테 말했더니 / 밥 먹을 때 일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하더라나 (중략) / 노을을 보고 시인이 하는 일 / 노을을 캐내고 맛보고 냄새 맡고 감정하고 평하고 달아 보고 쥐어짜고 다림질하고 전송하고'(송은숙 시 '시인의 일' 중)
색다른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송은숙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밥을 먹으면서도 어떻게 세상을 다르게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오감을 동원하고, 그렇게 느낀 것들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그래서인지 수록된 시 가운데는 '무', '멍', '우물', '화분', '틈', '창' 등 일상적인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것들이 많다.
'화분 안에 아프리카봉선화가 심겨 있다 / 아프리카봉선화꽃은 열두 가지 색이다 / 열두 가지 색 안에는 열두 개의 심장이 있다 / 백합나무 가지에 작은 새가, 작은 새 안에 연둣빛 벌레가, 벌레 안에 가느다란 나무가 숨어 있는 것처럼'('화분' 중)
이재훈 시인은 추천사에서 "열두 개의 심장을 얻은 시인은 열두 가지 색을 안고 모든 사태를 바라본다"고 해석하며 "낙엽이 떨어지고 찬 바람이 불면 열두 심장을 가진 시인이 어떤 아름다운 언어를 타전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했다.
시인의 독특한 시선을 담은 53편의 시가 수록됐다.
걷는사람. 152쪽.
'호랑말코' |
▲ 호랑말코 = 김언희 지음.
이상시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시와사상문학상을 받은 김언희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표제는 '오랑캐가 타는 말의 코'라는 뜻으로 제 멋대로인 사람을 부르는 멸칭으로 쓰인다. 이 같은 표제에서 읽을 수 있듯이 수록된 시들은 다소 괴팍하게 여겨질 만큼 솔직하고 제멋대로다.
'이슬 한 방울에도 중력을 행사하는 치사한 행성. // 귀는 얼굴에 달린 손잡이다. 귀는 종종 얼굴을 냄비로 만든다.'('호랑말코' 중)
시인 특유의 거침없는 표현력이 눈길을 끈다. 신체 부위를 이르는 말들과 '즉사의 현장', '피 웅덩이' 등 잔혹한 이미지를 담은 시어들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시 '아비치'와 '정의의 해부'는 본문이 없이 제목과 사진으로만 이뤄져 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시 51편이 수록됐다.
문학과지성사. 120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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