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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전세계 대학에 딱 두개 뿐”…송도에 등장한 양자컴퓨터, 실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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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IBM 퀀텀 시스템 원
국내 첫 상용 양자컴 가동
“신약 개발 게임체인저로”
2의 127승 연산 동시처리


매일경제

인천 연수구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설치된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에 대해 윤동섭 연세대 총장(맨 오른쪽) 등이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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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을 20일 공개했다. 연세대와 IBM은 이날 연세대 송도 국제 캠퍼스 퀀텀 컴퓨팅 센터에 설치된 퀀텀 시스템 원 활용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설치로 한국은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설치한 다섯번 째 국가가 됐다. 전 세계 대학 중에서는 두 번째다.

퀀텀 시스템 원은 과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양자 유용성 단계’에 이른 양자컴퓨터로 분류된다. 127큐피트 성능을 보유한 IBM 이글 양자프로세서(QPU)를 탑재했다. 127큐비트는 2의 127승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로, 전체 우주의 별 개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100큐비트를 넘었을 때 이론을 넘어선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성능이 100큐비트가 넘어가면 기존의 슈퍼컴퓨터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성능을 따라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가장 발전된 양자컴퓨터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제작한 20큐비트 모델이다. 이학배 연세대 양자선도융합사업본부장은 “양자컴퓨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보다 전력 소모가 훨씬 적어 유용하지만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단계”라고 전했다.

향후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고성능 양자컴퓨터가 없으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연세대는 선도적으로 교육 및 연구 수행 목적으로 퀀텀 시스템 원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퀀텀 시스템 원은 IBM이 2019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범용 양자컴퓨터로 현재 출시된 양자컴퓨터 중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은 이날 “내년 3월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된 양자연구동을 포함한 ‘양자컴퓨팅콤플렉스’ 개소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자컴퓨터 기술은 인공지능(AI)과 같이 미국이 전세계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을 순차적으로 계산하는 데 반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기존 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연산을 순차적으로 수행하는 기존의 슈퍼컴퓨터처럼 결정된 값을 내놓지 않고, 수많은 확률로 된 값을 내놓고 이 과정에서 낮은 확률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IBM이 지난해 개발한 콘도르 QPU는 1121큐비트를 처리할 수 있다.

정 단장은 “양자과학기술이 인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 문해력’이 필요하다”며 “교육과 훈련을 통해 양자 문해력이 높은 인재를 길러낼 때 연세대에 양자컴퓨터를 도입한 본연의 목적이 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이번 퀀텀 시스템 원 도입을 계기로 한국에 본격적으로 양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연세대가 학내 구성원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및 연구구관, 기업들과 퀀텀 시스템 원을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대다수 국내 기업과 대학, 기관에는 상용화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없어 클라우드를 통해 해외 양자컴을 이용하면서 연구가 지체될 때가 많았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국내 최초로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설치함으로써 양자 컴퓨팅과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교육을 수행할 견고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를 도입하면서 연세대는 국내 바이오 연구의 허브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컴퓨터가 처리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우수한 양자컴퓨터를 보유할수록 더욱 높은 수준의 연구가 가능하다. 정재호 단장은 “최근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는데 가격이 46억원에 이른다”면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처럼 가장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분야에 우선적으로 특화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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