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향한 대출 금리 인하 주문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더 강하게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8일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예대 마진을 줄이는, 대출 이자를 낮추는 방향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은 대출 금리를 올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관리하라고 당부해서다. 하지만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대출 금리를 내리라는 특명이 내려왔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4.11.20 ace@newspim.com |
앞서 정부는 2023년에도 금융권에 대출 금리를 낮추라고 주문했다. 대출 금리 인하는 당시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서민·취약차주 어려움을 덜어주는 '상생금융'으로 포장됐다. 은행은 2023년부터 가계 일반차주 약 186만명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보험사는 올해 초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를 0.5%포인트 내리기도 했다.
그 사이 가계대출은 계속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2023년 말 1767조3000억원에서 지난 3분기 말 1795조8000억원으로 9개월 동안 28조5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지난 1분기 8000억원이 감소했으나 2분기에 13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3분기에는 16조원 늘며 증가 폭이 확대됐다. 가계대출 약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일찍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를 '샤워실의 바보'로 빗대어 비판한 적 있다. 샤워실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차가운 물이 먼저 나오는데 따뜻한 물이 빨리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렸다가 뜨거운 물이 나오면 깜짝 놀라 수도꼭지를 냉수로 돌리고, 차가운 물이 나오면 다시 온수로 수도꼭지를 돌리는 일이 반복되는 일에 비유해 프리드먼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했다. 프리드먼은 어떤 명분이라도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끼친 책'으로 프리드먼이 쓴 '선택할 자유'를 꼽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이 대출 금리 결정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프리드먼 우려대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금리 인상 등 1금융권 대출을 조였더니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10월 3조9000억원 늘며 전월(+5조6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으나 2금융권은 지난 10월 2조7000억원 늘며 전월(-30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2금융권 대출을 옥죄면 대부업 이용자가 늘고 대부업마저도 이용하지 못하면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금리 정책에 금융시장에서는 혼란이 생기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서 2금융권으로 오는 것인데 2금융권도 대출을 줄이면 이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냐." 금융권 관계자가 최근 정부 금융정책을 지켜보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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