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료 인상과 1금융권 이자는 관계 없어"
"2금융권은 예보료 상승 시 이자도 오를 것"
예금자보호한도가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내야 할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도 함께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금융회사가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인지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습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은 지난 13일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예금자 1인당 보호한도가 기존 인당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될 전망입니다.
예금자보호제도란 금융기관이 파산하게 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예금자 1인당 정해진 원금을 보호해 예금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보호한도는 5000만원까지입니다. 보호한도 상향 시 더 많은 고객이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금자보호를 위한 재원은 금융사에서 받은 예금보험료에서 나옵니다. 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예보료 인상도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예보가 예금자보호 상향을 위해 낸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 시 예보료율을 27%가량 올려야 합니다.
이에 금융사들이 올라간 예보료를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1금융권에서는 예보료율이 올라도 소비자의 예금이나 대출금리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예금보험료를 반영하지 않도록 모범규준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각종 원가요소들을 고려해 산출한 가산금리를 더한 값에서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보료는 법정비용으로 따로 납입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현재 은행들이 예금금리나 대출금리에 반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예보료율이 높아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예보료율이 타 업권에 압도적으로 높아 예보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심합니다. 시중은행의 예보료율은 0.08%인 것과 비교해 저축은행은 0.4%로 5배 높죠.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이 예보에 지급한 예보료는 총 5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가량 늘었습니다. 저축은행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예보료 인상은 부담이 됩니다.
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예보료율과 관련한 예금·대출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예보료 인상 시 저축은행들은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예금과 대출, 조달과 판매는 떼놓고 볼 수 없다"며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판매가격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예보료가 인상되면 소비자의 대출금리도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예금자보호한도가 늘어나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이에 대해서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영업의 큰 축을 담당하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악화하고,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며 대출을 내줄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PF의 경우 당분간 신규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황 악화로 예금과 대출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예금자보호한도 증가가 현재로서는 큰 효용이 없기에, 저축은행은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예금 규모를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예금자보호한도는 지난 2001년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고려해 5000만원으로 정해진 뒤 쭉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뱅크런(대규모 인출)이 발생하며 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가 불었죠.
금융회사 위기에도 1억원까지 보장이 되니 예금 인출을 서두르는 사례가 줄어,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GDP 등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보호 한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었죠. 현재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2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원)으로 보호한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아주경제=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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