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인터뷰
“데이터센터·SMR·통신·에너지 분야
트럼프 구미 당길 협력안 무궁무진”
“尹대통령, 머스크·피터틸 초청해
AI분야 한미 협력방안 논의해야”
“데이터센터·SMR·통신·에너지 분야
트럼프 구미 당길 협력안 무궁무진”
“尹대통령, 머스크·피터틸 초청해
AI분야 한미 협력방안 논의해야”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한주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관련해 “수세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마음을 사로잡을 한미 협력안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20일 조언했다.
이 전 총장은 “정부와 기업 얘기를 들어보면 관세 폭탄, 방위비 증액 등 트럼프의 어젠다를 놓고 대응책 마련에 급급한 것 같다”며 “신장된 대한민국의 국력을 기반으로 우리가 한미 관계의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 트럼프 2기의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한 젊은 기업인들을 한국으로 서둘러 초청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전 총장은 정치권 대표적 정책통이다. 정치권을 떠나 있을 때는 민간 정책 싱크탱크 여시재 원장을 맡아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가 어젠다를 마련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는 한국 경제와 안보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이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 트럼프 2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우리 사고 속에는 국제 경제·안보 지형에서 우리가 새로운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이밀 요구안에 어떻게 대응할지만 골몰하면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은 세계질서 재편기다. 여기에서 승리해야 우리가 질서 재편에 동참하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 우린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다. 따라서 경제와 기술, 안보와 평화를 따로 떼어놓아선 안된다.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도자라면 경제 발전과 안보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스위스가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립국 기치를 내세우고, 전 세계 국제기구들을 줄줄이 자국으로 유치했다. 우린 한미가 함께하는 첨단산업 프로젝트에 기반해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기업 TSMC가 대만을 보호한다고 하지 않나. 우리는 미국의 전략산업을 유치해 미국이 한국을 지킬 수밖에 없도록 경제전략을 짜야한다. 한미 간 윈윈 할 수 있는 퍼즐 조각은 많다. 나는 액화천연가스(LNG), 소형모듈원자로(SMR), 데이터센터, 통신 분야에서 윈윈이 가능하다고 본다.”
- LNG 분야부터 얘기해보자.
▶ “한미일 에너지 협력이 가능하다. 트럼프는 전통 화석에너지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과 일본은 매년 매년 각각 50조원, 70조원 어치 LNG를 수입하지만 여기에서 미국산 비중은 미미하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에서 대규모 LNG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최우방국인 한일이 함께 미국산 LNG를 구매하겠다고 하면, 개발 후 판매처를 고민 중인 미국이 적극 협력할 공산이 크다. 공동구매로 구매력이 커져 매입 단가도 낮출 수 있다. 미국산 LNG를 한일 양국에 공동 비축해 미국이 자국 LNG를 동남아시아로 판매하기 위한 중간 저장소 역할까지 맡는다면 우리의 안보도 자연스럽게 강화되게 된다.”
- 화석에너지가 아닌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는 없을까. 트럼프가 아무리 화석에너지를 강조한다고 해도, 탄소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데.
▶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원자력발전 분야에서도 협력 여지가 크다. 미국은 SMR 설계 기술을 갖고 있고, 우린 제조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설계와 제조 협업에 그치면 우리가 주도권을 쥐기 힘들다. 미국이 에너지와 관련해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데이터센터다. 인공지능(AI) 혁명을 맞아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는 말그대로 전기먹는 하마다. AI 구루인 피터 틸이 ‘전기 단가가 낮은 나라가 산업혁명에 성공한다’는 말을 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를 한국으로 유치하면서 여기에 싼값에 전력을 공급할 SMR까지 지어주겠다고 하면 미국이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 될 것이다. 미국은 데이터센터를 전세계 분산 배치하려는 수요가 있다.”
-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 “머스크의 위성통신 사업회사인 스타링크가 내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국의 저궤도 위성과 한국의 5세대(G)·6G 통신네트워크 서비스를 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디지털 AI 시대에는 통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의 5G·6G 기술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중국 정도가 우리와 견줄 수 있는데, 미국이 중국과 통신동맹을 맺을 수 없지 않나. 트럼프 측에 한미 통신동맹을 제안해야 한다. 한국의 기술네트워크가 육상 통신을 막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공중 네트워크를 맡으면 빈틈없이 촘촘한 통신 서비스를 전세계에 제공할 수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미 통신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 AI 분야에서 한미가 함께 할 접점이 있을까.
▶ “유엔(UN)이 최근 AI 글로벌 표준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AI 표준화를 놓고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거다. 특히 표준화 선점을 놓고 미중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러 국가들이 AI 표준화 기구를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제안서를 UN에 제출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선 정부 내 AI 표준화를 위한 조직을 만들고 준비작업에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 2기 기술정책을 주도할 머스크와 피터 틸을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으로 정식 초청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고속인터넷망 정책을 본격화하기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초청해 만남을 가졌다. 머스크와 틸은 미 정부의 효율화를 목표로 AI정부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들을 상대로 AI 표준화 기구를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하다못해 아시아 본부라도 꼭 유치해야 한다. 경제 뿐 아니라 안보 강화를 위해서라도 꼭 달성해야하는 국가적 과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