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혼해요, 청약 당첨되게”

정부 작년 공급교란 점검

127건 중 ‘가짜 이혼’ 3건

위장전입이 84%로 최다

Gerd Altmann

10대 자녀 셋을 둔 A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특별공급 청약을 신청하려면 부부 모두가 무주택자여야 하는데, 경기 파주에 A씨 남편 명의의 아파트가 한 채 있었다. A씨는 남편과 협의 이혼을 한 후에도 파주 아파트에 계속 거주하며 서류상 이혼 상태를 유지했다. A씨는 이혼 2개월 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공급하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주택에 청약해 당첨됐다.

B씨는 부인과 성인이 된 두 자녀와 함께 경기 고양시의 전용면적 77㎡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서류상 그 집에는 B씨 가족 4명 외에 두 가족이 더 거주하고 있었다. B씨는 친모와 장모를 2020년 8~9월 위장전입시킨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파주 운정신도시의 노부모 부양자 특별공급에 청약해 당첨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분양단지 중 부정청약이 의심되는 40곳, 총 2만3839가구를 대상으로 6개월간 실태를 점검해, 총 127건의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적발된 부정청약 의심자들은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가장 많은 부정청약 사례는 ‘위장전입’으로, 전체 위반 사례의 84.2%인 107건이다. B씨와 같은 직계존속 위장전입은 물론 자녀(직계비속)를 활용한 위장전입, 청약자가 주소지를 허위 이전·유지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거짓 이혼한 사례도 3건 적발됐다. 신혼부부·생애최초·다자녀 등 모든 특별공급은 ‘무주택세대 구성원’ 가구에 한해 공급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시행사가 저층 당첨자와 짜고 부적격 또는 계약 포기를 한 ‘로열층 주택’을 미분양분에 대한 선착순 공급을 한 것처럼 꾸며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16건 적발됐다.

국토부는 또 한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공주택 특별공급에 자격요건이 아닌 ‘사실혼관계의 미혼자’가 계약한 사항도 18건 적발, 당첨을 취소했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최근 규제지역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과열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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