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도 저출산 딜레마
총리 “비자발적 무자녀, 사회문제
커플·여성에 불임치료 확대” 강조
“직장 여성, 가정서 책임 줄지 않아
경력 단절 해소 등 대책 강화 필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P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레데릭센 총리는 “비자발적인 무자녀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사회가 깨야 할 금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는 커플과 미혼 여성 구분 없이 불임치료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스틴 아드리안 노르웨이 북극대 교수(사회학)는 “올해 새해 연설에서 총리가 거의 유일하게 꺼낸 정치적 주제”라며 “덴마크도 출생률 감소로 국가 유지에 필수적인 노동력 확보가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덴마크는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55명으로 한 해 전 1.72명보다 하락했다. 최근 30년간 꾸준히 합계출산율 1.7∼1.8명대를 유지해온 덴마크이지만 세계적인 추세의 저출생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아드리안 교수는 지난 9월10일 인터뷰에서 “점점 자녀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자녀를 갖고 싶어도 개인의 삶이나 연인관계 어려움 등으로 제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업군에 따라 교사, 간호사 등 여성이 많은 직종은 육아휴직 제도가 잘 보장됐지만, 엔지니어 같은 직업군은 여성 노동자를 위한 권리 보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헬레네 포르스베리 여성협의회(Kvinderadet) 상무이사는 “덴마크 여성들이 직장에서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됐지만, 가정에서의 책임은 줄지 않았다”며 “여전히 아이를 돌보는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으며 출산 후 승진 기회는 줄고 경력 발전은 더딘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마친 뒤 20대 후반이 돼서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이 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충분한 지식과 자원을 갖춘 후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경력을 쌓은 뒤 아이를 가지려면 더 힘들어 서구사회 전반에서 출생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출산을 ‘장려’한다며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접근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2015년 코펜하겐시는 ‘오늘 당신의 난자를 세어봤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난자를 ‘닭의 알’로 표현한 듯한 이미지를 사용해 많은 여성의 반발을 샀다. 마치 여성을 닭에 빗대 아이를 낳으라고 압박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상황에서 출생률을 반등시킬 방법은 일·가정 양립, 보편적인 출산·육아휴직 보장, 경력단절 해소 등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포르스베리 상무이사는 “일이 중요한 여성에게 출생률 통계를 이유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접근방식은 큰 실수”라며 “정말 아이를 낳을 동기부여를 하고 싶다면 직장과 개인생활 균형을 맞추고, 사회적 불평등은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코펜하겐=박유빈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