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인증제도는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2007년 도입한 제도다. 소비자원이 운영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고 있다. 인증기업은 2년간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고 우수기업 포상, 제재수준 감경 등 총 9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공정위가 시정조치 기업에 대해 인증을 취소하는 규정을 2021년 도입하고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시정조치를 받은 기업 14곳이 인증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가 보다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정위, '인증 취소' 규정 만들고도 제대로 적용 안해
21일 공정위와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 9곳이 CCM 인증을 받은 이후 올해 상반기 까지 총 222곳이 인증을 받았다.
CCM 인증 기업이 되면 2년간 자사의 제품에 CCM 인증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또 법 위반 제재 수준 경감, 공정위에 신고된 소비자피해 사건 자율처리권한,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서울시 용역 계약 시, 보세판매장 특허 심사 평가, 항공운송서비스 평가 시에도 가점이 부여된다(아래 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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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들이 인증 자격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부실운영 논란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도입 14년 만인 지난 2021년 '취소 규정'을 도입했다(아래 표 참고).
소비자기본법 제20조4,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11조의7에 따라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10거인증 받은 경우 ▲인증 기준에 적합하지 않게 된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46조를 위반해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인증 취소 사유가 된다.
인증기업이 공정거래 관련법을 위반해 시정조치를 받을 경우 공정위가 인증심의위원회를 열어 인증을 취소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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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10회 이상 법 위반해도 "소비자 영향 적다"며 인증 유지
하지만 최근 5년간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기업 19곳 중 5곳만 인증이 취소됐고, 나머지 14곳은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표 참고).
지난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시정조치 이상 처분을 받은 기업은 모두 19개지만 인증이 취소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4곳은 인증 취소 사유가 충분함에도 공정위가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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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도 한샘과 현대리바트, 세라젬, 풀무원건강생활이 시정명령 이상 처분을 받았지만 모두 인증이 유지됐다.
이중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가구 입찰에서 10년간 담합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각 211억5000만원, 191억2200만원)을 받았다. 법 위반 건수도 각각 14건, 13건이었다.
담합은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발생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그렇지만 인증심의위원회는 '소비자에게 직접 미치는 영향이 미미함' 등을 이유로 인증 유지를 가결했다.
거래처에게 에어프라이어 등을 공급하며 판매가격을 강제한 혐의로 공정위에 시정명령을 받은 풀무원건강생활 역시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에 관한 중대한 법익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증 유지 결론을 내렸다.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이 있는 광고 관련 부당행위가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분은 여전했다.
올해 세라젬은 안마의자 '세라젬 파우제 디코어'를 판매하며 자사 홈페이지에 '고급 원목 감성'이라고 광고했지만 원목이 아닌 합판인 게 밝혀져 공정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1억 2800만원)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인증심의위원회는 '자진 시정 및 적극적 소비자 불만 처리, 과거 추가 위법 사항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인증을 유지한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2022년 11번가는 모바일 사이트 내 '베스트' 카테고리에 광고 상품을 끼워 넣어 공정위로부터 심사관 전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소비자에게 바로 보여지는 광고에 대해 경고 처분을 받았음에도 인증심의위원회는 '법을 위반했지만 법 위반 사항을 자진 시정하는 등 인증을 취소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여짐'이라며 인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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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CCM 인증제도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정부가 보다 엄격하게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유통학회장을 맡았던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기업인증제도는 인증을 받을 때는 여러 절차를 거치는데, 인증 취소 시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절차가 허술한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인증 시와 인증 취소 시 운영 원칙이 같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CCM 인증을 받아 다양한 혜택을 누려온 기업들이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했음에도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공정위의 봐주기식 행정"이라며 "공정위는 위법한 행위로 행정처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 등 보다 엄중한 잣대로 CCM 인증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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