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 3세 딸 치료 위해 국토대장정 나선 목사 아빠 전요셉씨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교회 앞에서 20일 오후 희소병을 앓는 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는 전요셉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일한 희망 치료제 비용 46억원
시골 교회 목회자론 엄두도 못 내
광안리서 광화문까지 740㎞ 행군
46만명 1만원씩 ‘후원 챌린지’도
“혼자선 할 수 없어 간절한 호소”
“사랑아, 너를 위해 이렇게 걸을 수 있어서 참 기쁘다.”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교회 앞에서 만난 전요셉씨(33)가 울먹이며 말했다. 전씨의 얼굴은 초췌했고, 턱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그는 지난 5일 부산 광안리를 시작으로 서울 광화문까지 740㎞를 걷는 국토대장정에 올랐다.
전씨가 국토대장정에 나선 이유는 듀센 근이영양증(DMD) 투병 중인 딸 사랑양(3)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서다.
DMD는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 몸통 등의 근육세포가 재생되지 않고 퇴행하는 희소유전질환이다. 대부분 2~3세 때 증상이 발현하고 10세 전후로 보행 능력을 상실한다. 이후 30대에 호흡기 근육까지 퇴행해 심정지로 사망할 수 있다.
사랑이가 DMD 진단을 받은 것은 올해 1월이다. 전씨는 “의사에게 사랑이 몸에 근육이 파괴되는 효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근육병일 것이라는 의사 소견에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니 DMD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했다.
전씨는 “하늘이 무너졌다”고 했다.
사랑이는 활발하게 걷고 뛰는 또래와 달리 점점 걷는 것이 힘들어졌다. 계단이나 오르막을 올라갈 때면 엄마와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퇴행한 근육이 다리의 인대를 잡아당기면서 까치발을 딛는 일이 많아졌다.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랑이는 하루 2시간이 넘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전씨의 유일한 희망은 미국에서 개발된 치료제 ‘엘레비디스(Elevidys)’다. 이 약제는 바이러스 벡터 기반 유전자 치료제로 근육 단백질 생산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체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 약은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330만달러, 한화 약 46억원이 필요하다. 신도 20여명의 시골교회 목사인 전씨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이다.
전씨는 국토대장정을 통해 사랑이의 사정을 알리기로 했다. 그는 “칠레에서 한 어머니가 DMD를 가진 아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1300㎞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랑이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전씨는 울산, 경주, 포항을 지나 영동 그리고 옥천과 대전을 거쳐 이날 청주에 도착했다.
그는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루 8~10시간씩 평균 40㎞를 걷고 있다. 또 46만명에게서 1만원씩 후원을 받는 챌린지도 진행 중이다.
전씨는 “혼자 힘으로는 할 수가 없어서 많은 사람에게 호소하고자 이 길을 걷고 있다”며 “국토대장정을 통해 많은 사람이 사랑이를 비롯한 DMD 환우들의 딱한 사정과, 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절실한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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