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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TX는 세계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년 전 프랑스 SNCF사로부터 TGV(떼제베)를 들여와 세계 5번째로 고속철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한국은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산 고속철도 차량 구매사업'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5번째 고속열차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고속철도를 급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열차 운행빈도와 운영 효율성 덕분이다. 좁고 한정적인 국토 특성을 반영해 열차 운행빈도를 높이고 운영과 유지보수의 효율을 고도화했다. KTX는 유럽의 여느 고속열차보다 약 40% 많은 수준인 연간 50만km를 운행해 지난 20년간 약 6억3000만km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 평택~오송 간 병목구간에서도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의 열차를 5분 간격으로 운행할 정도로 효율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고속철도를 이끌어 온 KTX는 10년 후면 수명을 다한다. 긴 시간이 남은 듯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사실 여유가 없다. 입찰과 부품조달, 시운전 등의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2004년에 도입한 KTX 46대를 대체할 차량을 발주하고 제작하는데 최소 6년은 걸리기에 적어도 2026년에는 계약이 체결돼야 한다. 시속 300km로 운행되는 고속열차는 작은 결함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적기 교체는 필수다.
적기 교체만큼 시급한 것은 예산 확보다. 46대의 신규 차량을 사는 비용은 5조원이 넘는다. 지난 9월 신규 고속철도차량 도입을 주제로 대한교통학회 학술포럼이 열렸다. 산·학·연 전문가들은 철도차량 적기 교체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코레일이 가진 부채의 26% 수준인 차량구매 비용을 코레일 혼자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4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조4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으며 매년 금융 부채로 3000억원 이상, 하루 이자 비용은 1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동력비도 크게 늘어 내년에만 6300억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코레일은 그간 한국 철도산업의 성장과 철도 공공성 유지를 위해 큰 노력을 들였다. 코로나19 사태에선 판매 좌석 수를 줄이고 시설 개량과 투자를 감행해 감염 확산을 최소화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적자 노선 운행과 공항철도 인수 등 정부의 정책 결정도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공헌만큼 빚도 늘었다. 2011년 이후 13년 동안 동결된 철도 운임 속에 전기요금과 물가 상승 등을 떠안은 채 신규 차량구매까지 홀로 짊어지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 20년 전 정부는 한국 고속철도 산업 발전을 목표로 코레일이 KTX를 운행하도록 했다. 코레일이 요구하는 KTX 차량 교체 지원도 안전한 운행을 통해 정부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함이다.
지금의 한국 철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회와 동시에 안으로는 신규 고속철도 차량 도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국민 이동권과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철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해법을 찾기에 시간은 많지 않다.
이진우 한국과학기술원 건설및환경공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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