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맡은 고위 당국자들 긍정적 신호 보내지만…"유엔 결의 준수 보장할 수 있냐" 레바논 의구심 짙어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레바논 대도시 시돈에 위치한 건물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모습./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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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휴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깨고 언제든 군사행동을 재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일(현지시간) 친헤즈볼라 성향 레바논 매체 알아크바르에 따르면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은 전날 이스라엘·레바논 특사를 맡은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과 두 시간 회동한 뒤 법률고문들과 협상 조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보도에 따르면 베리 의장 측은 법률고문 회의에서 휴전 합의가 국경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집중 검토했다. 이번 휴전 협상은 레바논, 이스라엘 사이 완충지대 설정을 골자로 하는 유엔(UN·국제연합) 결의 1701호를 준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은 레바논 남부에 설정된 완충지대 밖으로 군대를 물려야 한다.
이 완충지대는 레바논 리타니강과 유엔이 그어놓은 블루라인 사이에 위치한다. 유엔은 블루라인이 국경선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국경선 역할을 해왔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추후 국경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 이번 휴전 협정에서 또 블루라인을 철수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예 국경선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게 레바논 측 우려다. 이스라엘이 완충지대 요충지에 소수병력을 배치, 완충지대를 자국 영토처럼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어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베니 의장은 아랍 매체 아샤크알사와트 인터뷰에서 협상 상황에 대해 "전체적으로 좋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이미 약속을 어긴 적이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회동 후 호치스타인 고문이 "협상이 손에 잡힐 듯하다"며 낙관한 것과 대조적이다.
알아크바르는 휴전이 성사된다면 국제사회가 남부 완충지대에서 헤즈볼라를 무장해제 시키려 할 것이라면서, 이후 안보 상황은 이스라엘 뜻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군사행동을 재개하더라도 레바논이 맞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 레바논 정규군은 서방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매체 설명이다.
그러면서 알아크바르는 "유엔 결의 1701호 이행에 있어서 레바논이 국제사회에 어떤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이 문제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미국이 합의 성사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면서 "협상 여지가 없다면 호치스타인 고문이 베이루트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넷은 "이란이 헤즈볼라에게 휴전에 동의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가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동 매체 알아라비 알자디드는 가자 지구 하마스와 휴전 협상 중인 이스라엘 실무진이 협상 권한을 확대해달라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 실무진은 "실질적으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멀어져 간다"며 실망을 드러냈다고 한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하마스를 협상 우위에 세우려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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