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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극우"라서 방통위원장 연봉도 깎았다…野 힘자랑식 예산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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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야당의 힘 자랑식 예산 삭감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장범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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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대표적이다. 20일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건비 등 기본 경비를 대폭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운영지원과·기획조정관 기본 경비를 각 35%씩 삭감했고, 방통위 내 검찰·경찰 등 파견 수사인력에 대한 특정업무경비는 전액 삭감했다. 대신 불법 스팸 대응체계 구축(23억원) 같은 사업 예산을 늘리면서 방통위 예산 총액은 늘었다.

방통위에 따르면 기본경비엔 ▶무기계약직 인건비 ▶출장 여비 ▶공공요금 지급 ▶복사·인쇄비 ▶소송비 등 기관 운영에 드는 필수경비가 포함돼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극우 성향 방통위원장 임명, 불법적인 2인 체제”를 주요 삭감 이유로 들었고, 민주당 노종면·황정아 의원 등도 “방송장악·언론탄압 등의 불법을 은폐하기 위한 소송비로 위법적인 전용이 발생해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선 “당장 방통위 문 닫으라는 것(최수진 의원), “괘씸죄, 보복이라고 쳐도 너무 지나치다”(박충권 의원)는 반발이 나왔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기본경비엔 공무직 직원 임금이 포함돼있어 삭감하면 사무보조원 등 9명 고용에 문제가 생긴다”고 읍소한 뒤에야 공무직 인건비와 인쇄비·야근간식비 등 일부가 되살아났다.

하지만 소송비 부족으로 ▶애플ㆍ구글의 인 앱 결제 ▶딥 페이크 대응 ▶알리 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플랫폼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방통위 관계자는 “규제 기관인 방통위가 소송 대응을 못 할 경우 방통위의 제재 효력이 상실되는 부작용이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은 “위법적 2인 체제”를 근거로 방통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의 연봉 예산도 2억 4000만원 감액했다. 류희림 방송심의위원장의 연봉은 5000만원 삭감했다.

이날 과방위에서 함께 의결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에선 연구·개발(R&D) 항목도 대거 감액됐다. 야당은 지난해 정부의 R&D 삭감 조치를 거세게 비판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주도하는 R&D 예산엔 인색했다.

정부안 70억원이던 민관합작 선진원자로 수출기반 구축사업 예산은 7억원으로 90%가 삭감됐다. 차세대 원전 기술인 발전용 소듐냉각고속로(SFR) R&D 예산인데, 민주당은 “원전 카르텔이 모여 결성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인공지능(AI) 심리 케어 및 돌봄 지원 개발 예산(54억원)도 36억원 감액했다. “사업과 무관한 연구 책임자 선정 등 R&D 카르텔 논란” 등을 근거로 댔다.

야당이 ‘김건희 예산’으로 의심하는 용산어린이정원 과학기술체험관 설립·운영 예산 42억15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예산 소위에서 “무조건 삭감”이라며 “어린이 과학관이 아니라 어른 과학관”이라고 했다. 반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예산은 16억 3000만원 늘었다. 이 중 16억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명목의 증액분이었기 때문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혈세로 이뤄지는 정부 사업이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횡포에 휘둘릴 순 없다”며 “민주당은 예산 삭감 만행을 반성하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서도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경찰청 예산 중에는 특수활동비 31억6700만원, 방송조명차·안전 펜스 등 집회 관리 예산 26억4000만원, 경찰국 기본경비 1억700만원을 삭감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수사 편향성을 차단하기 위해 특수활동비를 삭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감액을 주장했고, 이에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특수활동비를 삭감하는 것은 경찰을 옥죄겠다는 것”이라며 “감정적이고 분풀이식 삭감”이라고 맞섰다.

반대로 2조원 규모의 지역 화폐 발행지원 예산은 정부 원안에 없었는데도 증액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랫동안 강조해 왔던 ‘이재명표’ 예산이다. 야당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은 146억원 늘렸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운영 예산은 5억6천만원 감액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북한 혐오감 조성”을 이유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통일부 주요 예산도 삭감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예결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통일부의 북한인권기록센터·북한인권재단·북한인권정보시스템 운영과 북한인권개선 정책수립 등 4개 사업 예산 180억원을 대거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북한인권사업이 대북심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불법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 지원된다”며 4개 사업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1~13일 외통위 예산소위 심사에서 “북한에 대한 혐오감을 기반으로 ‘통일을 하지 말자’는 인식을 만든다”(이재정 의원)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은 “합의되지 않는 안건을 상정하는 건 반대한다”며 야당 단독 삭감안을 전체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정부 원안이 그대로 예결위에 올라갔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상임위원장인 곳에서는 ‘묻지마 삭감’ 의결이, 여당이 위원장인 곳에서는 여야 합의 없이 정부 원안이 예결위로 넘어가고 있다”며 “거의 모든 상임위에서 여야가 대치하는 모습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기정·이창훈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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