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법카 유용혐의엔 “증거없이 기소”
與 “입법권력으로 면소 노려” 비판에
민주 “1심 선고전 입장” 진화 나서
李, 52시간-중대재해법 완화 첫 시사… 민생 우클릭 행보로 국면전환 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투자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저도 한때 ‘소형 잡주’에 투자했다가 IMF 사태 때 다 털어먹고 우량주 장기투자 원칙을 지켜 본전을 회복했다”고 소개했다. 왼쪽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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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현행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지나친 규제는 정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이 대표가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자 국민의힘은 “입법 권력으로 법을 뜯어고쳐 면소(소송 조건 결여로 소송을 종결)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심 선고 전 입장”이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배임죄 폐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검토에 이어 그간 당내 금기로 꼽혀 왔던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완화 가능성을 처음 시사하는 등 경제 분야 ‘우클릭’을 이어갔다.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에 이어 더 큰 고비로 평가되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생 행보로 본인의 사법 리스크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李, 법인카드 기소에 룰라 들며 檢 비판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있다. 현행 선거법은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 적용으로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을 갖고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국민 의식과 사회적 틀이 잡혀 있는 만큼, 투명성을 강화하고 불법은 막는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자신에게 적용된 법률을 탓하는 건 상상도 못 한 수준의 꼼수”, “약물 복용으로 적발된 운동선수가 도핑 테스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등의 논평을 잇달아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법치 파괴를 넘어 법치 재창조 수준의 뇌 구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축사는 선고 공판 이전인 14일에 전달된 것”이라면서 15일 1심 유죄 선고 이전에 제출한 서면 축사인 만큼 이 대표가 적용받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에 대해선 “증거는 없지만 은닉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룰라(브라질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브라질 검찰의 입장(과 같다)”며 검찰에 날을 세웠다.
● 李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첫 시사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과 만나 앞서 당 차원에서 선을 그었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배당이 정상화될 수만 있다면 낮추는 것이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배당소득이 낮다”며 “공산주의 국가의 기업보다 어떻게 배당소득이 더 낮냐”고도 했다.
이 대표는 형법에 규정된 배임죄에 대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고도 항소당해서 재판 끌려다니는데 의사결정이 되겠냐”며 “검찰이 심심하면 기업을 내사해서 ‘배임죄 한번 조사해 볼까’ 이러면 경영이 되겠냐”고 사실상 폐지 입장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 반발이 커지자 일종의 유화책을 제시한 것.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완화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두 법률을 두고 이 대표가 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반발이 많은 의제를 일부러 던지면서 정책 논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1일에는 전국상인연합회와 간담회를 갖고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심 판결 이후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하는 분위기”라며 “재판과 상관없이 최대한 민생 행보에 집중해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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