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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사설] 핵 국가가 비핵국 침략에 핵위협 전술 사용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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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북한 평양 외곽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회담 중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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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며 ‘핵 교리(핵 사용 규정)’를 바꿨다. 핵 없는 국가라도 핵보유국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으로 보복한다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하자 우크라이나를 핵 공격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20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정보가 있다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현지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돼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 외무상이 푸틴을 만난 데 대해선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이날 북의 파병 대가로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을 예상했다. 북이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싣고 바닷속에 숨을 수 있으면 우리에겐 재앙이다. 대놓고 우리를 향해 ‘핵 공격’을 겁박할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핵 위협’ 카드를 썼다. 전쟁 초 핵무기 부대에 특별 전투 임무 돌입 명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에는 항복하라는 경고이며 미국 등 서방에는 관여하지 말고 대러시아 제재를 풀라는 협박이다.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하자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이번에 실제 핵 교리를 바꿔 핵 위기를 고조시켰다. 핵무기를 자위권도 아닌 다른 나라 침략에 사용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핵을 가진 독재자들이 핵을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 김정은은 더할 것이다. 핵을 완성하기도 전에 한미를 향해 ‘불바다’ ‘핵 공격’ 위협을 했다. 2013년 분쟁 상대국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핵보유국 지위 공고법’을 제정했고,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에는 한국을 향해 핵을 쓰겠다는 협박을 공공연히 해왔다. 김정은은 직접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뒤 전술핵 대량 생산을 지시했다. 최근에도 핵무력과 전쟁 준비 완성을 강조했다. 이런 북·러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핵도 없고, 단합된 국론도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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