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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두 그림을 보여줬다. 하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란 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생 사생대회 그림이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어느 그림이 더 가슴에 와닿나요? 놀랍게도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이번에는 두 시를 보여줬다. 하나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시작하는 박목월의 ‘사월의 노래’였고 다른 하나는 목련을 노래한 대중가요의 노랫말이었다. 이번에도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예술은 참 어렵다. 수학은 어떨까? 선생님은 교실에서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직선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더구나 깨우침은 순간적이다. 이것은 사실 예술의 특징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수학자 에밀 아르틴(1898~1962)은 말했다. “수학은 예술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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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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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예술과 같다는 이유는 또 있다. 수학이 이성을 표방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보다 감성을 강조한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더욱 만개했다. 수학에서 이성보다 감성이라니. 낭만이 수학에 무슨 영향을 주었던 것일까? 낭만주의의 기치가 바로 자유로움이다. 그로 인해 수학이 오랜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비유클리드 기하학, 군론, 집합론 등 새로운 이론이 쏟아져 나왔다. 무릇 자유로움이 수학의 본질. 수학이 예술적 속성을 갖는 이유다. 유럽 최초의 여성 수학박사 소피아 코발렙스카야(1850~1891)의 이야기가 절정이다. “시인의 영혼을 가지지 않으면 수학자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수학이 어렵다는 것은 예술이 어렵다는 것과 맥락이 같다.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선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때론 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 길조차 없다. 마치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속 고도처럼 모호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삶도 수학과 같으려나. 여기, 한때 수채화에 좌절했던 고흐의 독백이 위로를 건넨다. “그게 쉬웠으면 그 속에 무슨 즐거움이 있었겠는가.”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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