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이처럼 ‘치뤄진’ ‘치뤄졌다’와 같은 표현을 쓰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치뤄진’ ‘치뤄졌다’는 ‘치루어진’ ‘치루어졌다’를 줄여 쓴 말로, 모두 ‘치루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우리말에 ‘치루다’라는 단어는 없다. 그런데 많은 이가 ‘치루다’를 활용해 ‘치루고, 치루니, 치뤄서, 치룬, 치뤄야, 치뤘다’와 같이 쓰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치르다’의 어간 ‘치르-’에 어미 ‘-어/-아’가 이어지면 ‘ㅡ’가 탈락해 ‘치르+어+지+ㄴ→치러진’ ‘치르+었+다→치렀다’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치르다’가 기본형이므로 ‘치르고, 치르니, 치러서, 치른, 치러야, 치렀다’ 등과 같이 활용해야 올바르다.
따라서 위 예문 역시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재도전에 성공하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미국 상·하원 선거도 같은 날 치러졌다”처럼 고쳐야 바르다.
‘선거를 치르다’뿐 아니라 ‘홍역을 치르다, 영결식을 치르다, 돌잔치를 치르다, 기념행사를 치르다, 모의고사를 치르다, 큰일을 치르다’ 등도 모두 ‘치루다’가 아닌 ‘치르다’를 활용해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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