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목소리 경청하라" 공개 비판
HL홀딩스가 2023년 경기도 화성에 개소한 '플릿온' 센터. 사진제공=HL홀딩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가 20일 "HL홀딩스가 재단에 대한 무상출연을 강행할 경우 일반 주주의 피해와 자본시장의 우려, 유무형의 기업가치 하락은 매우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민국 대표는 이날 "지금이라도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회사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의 대주주인 정몽원 회장 및 특수관계인(지분율 31.58%)에 이어 두번째로 지분율이 높은 2대 주주(10.41%)다.
만도의 모회사인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현물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6만720주 중 84%에 해당하는 47만193주를 신설 재단법인에 무상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회사는 나머지 16%에 해당하는 자사주 9만527주만 소각할 예정이다. 재단법인에 무상출연하는 자사주 47만여주를 현금으로 환산할 경우 지난 8일 종가 기준 163억원어치에 해당한다. 개인 주주들이 모인 네이버 종목토론실 등에선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VIP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등 주요 주주들 역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HL홀딩스의 2대 주주로서 재단 출연 공시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며 "출연 규모가 총 발행 주식 수의 4.8%로 163억원이나 되고, 회사의 분기 실적이 적자로 반전한 상황에서 3년 평균 순이익의 30%가 넘는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측에서는 재단 출연이 기업의 무형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로 인해 주주가 입는 피해는 명백한 데 반해 회사가 얻을 가능성이 있는 이익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며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자사주 무상출연에 대해 의결권 부활을 통한 백기사 확보로 의심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두산밥캣의 합병처럼 특정주주를 위한 의사 판단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이 예민한 시기에 굳이 오해받을 일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안타까움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HL홀딩스가 재단 출연 후 5년간의 의결권 미행사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일침했다. 그는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 여부에 관계없이 자사주 무상출연은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며 "기한을 붙여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재의 위기만 모면하고 보겠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5년'을 운운하는 인터뷰 자체가 정몽원 회장과 HL홀딩스 현 경영진이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 주체임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더욱 재단의 독립성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HL홀딩스는 재단 출연 관련 아시아경제의 질의에 "재단 설립 후 최소 5년 동안 의결권 행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구체적인 사항은 재단 이사회에서 논의 후 정관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본래의 설립 의도와 다르게 해석된 점이 아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취득 자체가 주주가치 제고로, 체계적인 사회 환원을 위해 비영리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므로 무형의 기업가치와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