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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트랜스젠더 의원 여자화장실 사용 금지"... 문화전쟁 불 지피는 미국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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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트랜스젠더 의원 취임 앞두고
'의사당 여자화장실 사용 금지' 결의안
민주당 분노… "동료 공격, 반민주적"
한국일보

낸시 메이스(가운데)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19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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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문화전쟁'이 다시 촉발됐다. 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연방 하원의원이 당선돼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상황에 미 공화당에서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화장실 이용' 결의안을 내면서다. 동료를 노골적으로 겨눈 공격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첫 트랜스젠더 하원의원 '저격' 결의안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공화당)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이 국회의사당 내 여성 화장실·탈의실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의회 규칙 제안 성격인 이 결의안은 하원의 모든 의원과 직원에게 '생물학적 성별에 해당하는 것 외의 단일성별 시설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트랜스젠더 구성원의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이용을 금하는 셈이다.

이 결의안은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하원의원 세라 맥브라이드(34) 당선자를 겨냥한 것이다. 대학 시절 아메리칸대 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2012년 회장 임기를 마치면서 학생 신문 기고글을 통해 "나의 가장 깊은 비밀은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한 맥브라이드는 2020년 주(州) 상원의원(델라웨어), 올해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첫 트랜스젠더 선출직 공무원' 기록을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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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맥브라이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당선자가 15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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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스 의원은 이 결의안이 '저격'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날 기자들에게 "맥브라이드는 발언권이 없다"며 "그는 생물학적 남자이고 여자 공간, 여자 화장실, 탈의실에 속하지 않는다. 이게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여자 화장실에 남자를 두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미 AP통신은 전했다.

당사자는 "민생에 집중" 촉구


민주당 의원들은 반발 목소리를 높였다. 멜라니 스탠스베리 의원은 "내 여성 동료들이 다른 동료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역겹고, 부끄럽고, 무책임하고, 반민주적"이라고 규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비열하고 잔인하다"고 결의안을 비난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도 "이것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노골적 괴롭힘"이라고 분노했다.

맥브라이드 당선자는 자신의 엑스(X)에 "매일 미국인들은 자신과 다른 삶의 여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러 가고, 존중을 토대로 그들과 교류한다"며 "나는 의회 의원들이 같은 친절을 베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이것은 미국인들이 직면한 문제(고물가)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판하고, 문화전쟁보다 민생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맥브라이드가 자신의 권리보다 민생을 앞세운 것은 민주당 내부의 논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직후 '성소수자 권리 강조가 이번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트랜스젠더 악마화'를 민주당 공격 소재로 사용하게 만들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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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0817200000929)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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