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 속도내지만 실효 의문
보조금 축소땐 소비자 부담 가중
美·日 등 지급 기준·규모 시장 몫
장려금 제출 의무화 제조사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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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가계 통신비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책 효과는 사실상 없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의석 과반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제출 의무 등을 포함한 법안 처리를 추진하면서다. 야당안이 통과될 경우 시장 경쟁 및 장려금 축소 등 부작용을 키워 단통법 폐지 이후 가계 통신비 부담이 오히려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조금 사라질수도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민주당 김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자료제출 의무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과도한 지원금 차별 발생 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후규제 등이 핵심 조항으로 담겼다.
그러나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려는 법안 취지와는 달리 통신 시장 왜곡을 키울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이동통신사·제조사·유통사 등의 자율 경쟁을 차단함으로써 통신비 인하 요인이 사라질 것이란 이유다.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은 가입유형·요금제·거주지역·나이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통신사의 각종 프로모션 정책이 모두 불법이 되는 셈이다.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이 일제히 줄어든 사례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미국·유럽·일본 등 전세계 주요국은 지원금 지급 기준 및 규모를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떠한 소비 제품도 이 같은 규제를 하는 경우가 없다"며 "이 논리라면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의 가격이 대형마트·백화점·온라인에서 모두 같아야 한다는 논리"라고 말했다.
■장려금 제출 의무시 해외 경쟁력 악화
2017년 일몰된 제조사의 장려금 제출 의무 부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조항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대리점 또는 판매점에 직접 지급한 장려금 규모와 단말기 출고가 등에 대한 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내도록 했다.
보조금 정보 제출을 강제하면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법안 의도와는 반대로 글로벌 제조사들이 영업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장려금을 최대한 축소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제조사의 해외 경쟁력 악화도 불가피하다. 판매장려금을 운영하지 않거나 더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해외 국가에서 국내 제조사에 추가 보조금 지급을 압박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제출을 법안에 명시해 규제하고 있는 국가는 전무하다. 반면 국민의힘이 낸 안에는 이 같은 의무 조항이 없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과거 단통법 제정 당시에도 판매장려금 제출 의무 조항이 문제가 됐다. 장려금이 공개될 경우 제조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조사들이 보조금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어 실질적 단말기 인상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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